물 위를 걷고 있다.
한 발자국이라도 힘 조절에 실패하면
아귀 같은 인간의 형체를 한 물고기에 뜯겨 죽는다.
물속을 내려다보면 핏발 선 흐리멍텅한 눈동자들이 손길을 내민다.
날 좀 끌어올려 줘.
무서운 것은 아니다.
다만 물고기들의 불투명한 비늘에서 풍겨 나오는 악취가 싫을 뿐이다.
물결이 묵처럼 물컹하다.
미끄덩한 육체들이 가득 차 물은 흐르지 못한다.
빠지기 싫다.
빠질 수 없다.
숨을 참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내디딘다.
땅을 딛는다 한들
흙은 또 인간의 사체로 썩은 내를 풍길 뿐이지만.
written by MadamFlaurt
#poem #마담플로르의 거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