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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룩말 Nov 01. 2020

초등학생을 위한 좋은 영화 (2) 팀퍼틸 아이들

어릴 때는 누구나 어른들이 없는 어린이만의 왕국을 상상해 본 적이 있겠지요. 피터팬을 따라서 간 원더랜드처럼요. 마냥 좋지만 할 것 같은 어린이들만의 세상, 이런 상상을 환상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낸 영화가 있으니 바로 <팀퍼틸 아이들>입니다.


시대는 알 수 없는 유럽의 어느 작은 시골 도시, 팀퍼틸. 이 마을의 아이들은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마을에서나 말썽 많이 부리기로 유명한데요. 이 골칫덩이들을 벌주고자 동네 어른들이 모여 회의를 합니다. 그러다가 결정을 내립니다. 마을의 모든 어른들이 아이들만 남겨놓고 몰래 떠나기로.


물론 계획은 단 하룻밤이었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어른들의 빈자리는 길어져 가지요. 다음날 눈을 뜬 아이들은 마을에 아이들만 남은 사실을 깨닫고는 신나게 이 상황을 즐깁니다. 장난감 가게에 들어가 마음껏 장난감을 차지하고 학교도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곧 전기와 수도시설이 고장 나고 먹을거리마저 떨어져 가면서 아이들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착한 아이들과 못된 패거리들로 갈려 싸움까지 하게 됩니다. 제멋대로 행동하며 마을을 차지하려는 못된 패거리들에 맞서 착한 아이들은 어떻게 마을을 지켜갈까요?


공포와 배고픔에 우는 어린아이들까지 보살피면서 어느덧 성숙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이 영화는 독일의 아동문학가 헨리 빈터필드의 소설 <아이들만의 도시>를 영화로 만든 것인데요. 우리나라엔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해외에서는 TV 드라마로도 제작될 만큼 잘 알려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소설이 원작이어서인지 줄거리 자체가 참 재미있고 긴장감도 있습니다. 아이도 몰입해서 볼 수 있을 만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흥미롭게 만든 것 같아요.


여느 때처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어른들이 다 없어졌다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마음껏 놀 수 있을 테니 일단은 기쁘겠죠? 이때 영화 속 아이들의 행동은 크게 둘로 나눠집니다.


먼저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은 어른들만 출입할 수 있었던 술집에 제집처럼 드나들면서 어른 흉내를 냅니다. 친구들을 폭력으로 괴롭히는 일도 서슴지 않지요. 하지만 다른 편 아이들은 달랐습니다. 일단 힘없고 어린아이들을 먼저 배려하면서, 음식 만들기, 고장 난 시설보수 등 필요한 일들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조직화해서 일을 분담하는 것이었죠. 마치 무인도처럼 모든 규칙과 조건이 사라졌을 때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의 사회를 어떻게 조직화해 나갈 수 있는가를 아이들로 하여금 흥미롭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상상 속의 이야기처럼 그리고 있지만 오히려 아주 현실적인 시각을 제시해 주는 영화인 것이죠.



아울러 이 이야기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등장하는데요. 아주 어린아이부터 성숙한 아이까지, 또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는 아이, 남자 같다는 소릴 듣는 여자아이, 겁이 많은 아이...


 다양한 성격을 지닌 아이들의 캐릭터가 살아있고 어려움을 통해 아이들의 개성과 장점이 점점 발현돼가는 모습도 잘 그려져 있습니다. 시대는 명확히 나오진 않지만 20세기 초의 유럽 작은 마을의 느낌을 주고 있는데요. 아기자기하고 환상적인 색감으로 표현된 동화 속 마을의 모습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럽네요. 팀 버튼 감독의 <가위손>이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같은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에 아이들도 빠져들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이를 먹어 갈수록 세상을 헤쳐나가는 능력, 그리고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해내는 능력은 '지식'만으로는 길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동감하게 됩니다.


내가 몸담고 살아가는 사회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어떤 공감대와 연대를 형성하고 협력해야 하는지 등등.. 아이가 자라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거리가 많습니다.


저의 세대엔 그런 고민을 어릴 때부터 해볼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랫동안 당연시되어 왔던 전제와 가치들이 크고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시대입니다. 이런 변화를 건강하고 흔들림 없이 헤쳐나가서 한 사람의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의심하고 사고할 수 있는 힘이 어릴 때부터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관람가: 전체관람가

개봉: 2014년

감독: 니콜라스 바리

주연: 라파엘 캐츠, 아델 엑사르쇼폴로스, 레오 르그랑

장르: 판타지, 어드벤처

제작국가: 프랑스, 룩셈부르크

상영시간: 95분


권장 관람나이 : 초등학교 3~6학년

#아이들만의도시 #어드벤처 #소설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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