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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 lee Apr 28. 2019

두 장애인이 준 2시간의 '기회'

[리뷰]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질문 던진, <나의 특별한 형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 사진.ⓒ NEW

 

문화예술 분야로서 한국 영화가 우리 사회에 던져온 질문들은 대부분 유효했다. 그 특유의 보수성 탓에 정치, 제도, 법의 변화는 느렸지만 문화예술에서만큼은 급진적인 소재와 이야기가 꾸준히 등장했고, 관객들 역시 대부분 그에 호응했다. 


장애인이 전면에 선 영화도 그 맥락에 있다. 여전히 복지시스템과 사회적 여건은 답보 상태지만 이런 영화들이 현실을 지적하며 신선한 충격과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


이미 우린 상업적으로도 꽤 성적을 거둔 장애인 주인공의 영화를 여럿 알고 있다. <말아톤>(2005) <맨발의 기봉이>(2006) 등은 각 캐릭터가 장애를 뛰어넘는 과정에서 감동과 재미를 주었고, <슈퍼맨이었던 사나이>(2008), <7번방의 선물>(2013) 등은 장애를 가진 주인공들의 특별함에 주목해 꽤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최근 개봉했던 <증인>(2018)은 한발 더 나아가 장애인 소녀를 통해 반성하고 성찰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오는 5월 1일 개봉하는 <나의 특별한 형제> 또한 크게는 앞선 영화들과 동일 선상에 있다. 광주의 한 복지원에서 만난 지체 장애인 최승규씨와 지적 장애인 박종렬씨의 이야기를 극화한 작품으로 배우 신하균이 지체 장애인 세하를, 이광수가 지적장애인 동구 역을 맡았으며, 이솜이 청년 실업에 괴로워하는 미현 역을 맡았다.


지극히 현실적인 연대


'책임의 집'이라는 한 복지 시설에서 만난 세하와 동구는 피를 나눈 형제가 아니지만 외려 그런 친족보다도 더욱 끈끈하다. 영화는 이 두 사람을 둘러싼 사람들, 환경과 상황을 제시하면서 진짜 장애가 무엇인지,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것의 의미와 기쁨을 말하고자 한다. 


분명한 메시지 만큼 영화 또한 간결하고 단순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나의 특별한 형제>의 뛰어난 점은 주인공인 두 장애인 또한 철저히 보통의 사고와 보통의 갈등을 겪는다는 걸 영화로 묘사했다는 데 있다. 앞선 영화들이 장애인의 특별함 내지는 인간 승리를 강조하려 한 나머지 그들을 비장애인 입장에서 타자화시켰다면 <나의 특별한 형제>는 영화 곳곳에서 그리고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주인공들을 그려 넣는 것에 주력했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 컷ⓒ (주)NEW

 

그 근거 중 하나가 세하다. 얼굴을 제외한 전신을 쓰지 못하는 세하는 자신이 속한 시설이 위기에 처하자 편법과 불법 사이를 오가며 돈을 벌어 들인다. 마냥 약하고 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비장애인들을 교묘히 이용하면서 이득을 챙기는 것. 그렇기에 지적장애인 동구를 이용해 먹는 거 아니냐는 세간의 비난 또한 그의 몫이 된다. 


미현 또한 마냥 착하지만은 않다. 취업난으로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그는 시종일관 무력해 보이면서 방관자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영화는 이렇게 몸과 마음에 상처 입은 이들이 서로를 겪으며 변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누군가로부터 버림받고 배척당한 경험이 있는 이들. 영화에선 이런 사람들을 약한 자라고 표현한다. 극중 "약한 사람들은 서로 돕고 보듬을 수 있어서 강자보다 더 강하다"는 대사처럼 영화는 보통의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 형태의 연대를 제시한다.     


보통 사람들이 더 감동적이다


이들은 자신의 상황에서 가장 큰 위기를 맞는다. 세하는 한 걸음조차 스스로 뗄 수 없기에 휠체어에서 떨어지거나 바닥에 툭 튀어 나온 모난 보도블록으로 인해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곤 한다. 세하는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할 수 없어서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묵살당하거나 무시당한다. 미현은 스펙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기도 한다. 


비장애인, 혹은 이미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다수의 성인에겐 앞서 언급한 인물들의 어려움이 난도가 낮은 장애물에 불과하지만 세하와 동구, 미현에겐 온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의 순간과 다름없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미디어를 통해 수십, 수백 번 반복해서 제시된 약자들의 고통에 대해 단 2시간 만이라도 처지를 바꿔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어벤져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영웅들이 위대한 이유는 단순히 지구를 지켜서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키며 극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있다. 이 기준이라면 <나의 특별한 형제> 속 인물들이 문턱을 넘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그 행동 또한 영웅의 그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이를 통해 전해지는 감동이 꽤 크다.


여러 영화적 약점, 투박함에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잔상이 꽤 남을 것이다. 그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지인들과 대화하게 될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나의 특별한 형제>는 특별한 영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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