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편'으로 정신무장을 했다면 실생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tips
유리멘탈을 엄마의 산후우울증 극복기 - 정신편 - 으로 정신무장을 하셨다면 실제 육아를 하면서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팁 아닌 팁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제가 했던 방법이 물론 정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본인의 상황에 맞게 응용해서 육아를 행복하게 하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공유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메모 하는 버릇이 엄마가 되서 유용하게 쓰일 줄은 몰랐습니다. 기억은 믿지 말고 기록을 믿으라는 말이 있죠. 저는 제 기억은 갈수록 못 믿겠어서 무슨 생각이 났다 하면 무조건 휴대폰에 메모를 해 둡니다. 기저귀를 갈면서 기저귀가 없네? 하고 돌아서면 기저귀를 사야 한다는 사실을 까먹고, 설거지를 하면서 주방세제가 없네? 하며 아이가 울면 달려가면서 주방 세제를 사야 한다는 사실을 까먹습니다. 그래서 생각나면 웬만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아무렇게나 써둡니다. 그리고 나서 저녁이나 아침에 '오늘의 할 일' '오늘의 살 것'을 정리해둡니다. 메모할 시간에 차라리 다른 일을 하지 싶고, 메모하는 것 조차도 귀찮았었는데 오히려 메모를 하는 시간을 갖게 되니 시간이 절약되었어요. 제가 메모해왔던 종이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엄마가 되니 정말 자잘하게 챙겨야 할 것 들이 많아요. 정말 메모하는 습관은 오히려 엄마일수록 필수인 것 같습니다. 아마 모든 엄마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메모하시면서 가정을 꾸려나가실 것 같아요.
집안일 하고 육아하고 심지어 일까지 한다면... 만성피로는 당연한 일이겠죠? 아기 재우고 나도 침대와 한몸이 되어 절대로 일어나고 싶지 않은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웬만하면 모든 일은 모조리 내일로 미뤄버리고 깔끔하게 자고 싶지만, 도저히 그러지 못하는 날들이 있잖아요. 그럴 때는 '나는 로봇이다. 나는 감정도 없고 그냥 입력된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기계다' 라고 생각하고 집안일을 후다닥 하면 그나마 억지로라도 하게 되더라구요? 정말 황당하죠? 뭔가 변태같은 생각이라서 쓸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그냥 정신한번 딱! 차리고 나는 로봇이다!!! 하고 빠른 속도로 정말 해야 할 일을 하고 나면 어쨌든 하게 되더라구요. 너무 피곤할 때는 이 일을 안하면 내일 큰 지장이 생기는 아주 최소한의 일들만 하고, 내일로 미루는 즐거움도 누려보시면 좋겠어요.
주변 선배맘들에게 '아기가 잘 때 무조건 너도 같이 자' 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굳이 이 말을 누군가에게 듣지 않았어도 사실 아기가 자면 무조건 knock down 이 되었을 것 같긴 합니다) 그래서 아기 낮잠을 재우고 나면 저도 소파에 몸을 뉘었습니다. 그런데 눈을 감고 나면 왜 이렇게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를까요?
'빨래 안돌렸는데,
젖병 소독을 지금 해둘까?
자유시간인데 tv나 볼까'
이렇게 해서 몸을 다시 일으켜 낮잠이 아닌 무언가를 하고 나서 아기가 깨면 내가 무슨짓을 했나 싶습니다. 잠을 보충할 수 있는 때가 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잠을 자야 육아의 질이 달라지더라구요.
아기가 통잠을 자서 밤에 잠을 많이 잤다던가, 원래 잠이 없는 편이신 분들은 정말 축복받으셨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는 항상 잠이 부족한 상태로 아기를 돌보지요. 아기가 잘 때 웬만한 일은 모두 미뤄두시고 낮잠을 같이 자는 것. 그래서 체력을 회복해 두는게 아기를 위해서도 엄마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것 저것 배우는 것을 너무(어쩌면 병적으로) 좋아해요. 출산휴가에 들어가고 나서는 드디어 평일 낮 시간에 뭘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요. (정말 철없는 생각이었네요) 그런데 생각에 그치지 않고 정말 행동에 옮겨버렸어요. 아이를 보며 집에서 뜨개질, 재봉틀로 옷 만들기, 홈카페, youtube, 지금처럼 글쓰기.. 한꺼번에 한 건 아니지만 육퇴를 하고 나면 꼭 저만의 시간을 갖고 취미를 즐겼어요. 주말이 되면 남편에게 부탁해서 근처 카페에 가서 글을 쓰거나 youtube 편집을 하기도 했습니다. 겉으로는 남편에게도 아기와 적극적으로 친해질 시간을 주고싶다는 선포였으나 취미 생활을 끈을 놓고 싶지 않다는 아기 엄마로서의 욕심 아닌 욕심이었어요.
사실 욕심이라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아요. 필수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엄마의 행복이 곧 아이를 키우는 데 제일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쩔 때는 아기를 맡기고 제 시간을 가지면서도 제 몸과 마음이 편하면 오히려 죄책감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엄마가 이렇게 편하면 안되는데.. 이런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서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도 편치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아기 옆에 죽상을 하고 24시간 붙어있는게 아기를 위한걸까, 30분이라도 바람을 쐬고 와서 환기된 상태에서 아기를 보는 게 아기를 위한걸까 생각해보니 더 이상 죄책감을 크게 가지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루에 두끼를 먹게 되었습니다. 첫번째 이유로는 먹을 시간에 낮잠을 택할 만큼 시간이 없기도 했고 두번째는 입맛도 없어졌고 세번째로는 차려 먹는게 너무 귀찮더라구요. 사실 세번째 이유가 제일 강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가 차려주면 또 잘 먹거든요.
엄마일수록 잘 먹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말 먹을 시간이 없습니다. 잘 먹어야 한다는 말은 정말 공감합니다. 영양 가득한 찬에 국까지 먹고 나면 배가 든든해지고 아이를 한번이라도 더 업을 힘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에 꺼내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준비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카레를 한 솥 하거나 사골국물을 해서 바로 먹거나 바로바로 먹을 수 있는 방울토마토, 블루베리 등 간편하면서 빵류보다는 몸에 좋은 음식들을 위주로 준비해 두었습니다. 과자나 빵 같은 식품은 끼니는 떼울 수 있지만 체력을 보충해줄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니까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것을 정리라고 표현하였고, 더러운 것을 닦아내고 치우는 것을 청소라고 표현 했습니다.
아이가 밤잠에 들기 전까지는 장난감은 치워도 치워도 어차피 다시 어지럽혀져서 소용이 없더라구요. 모든 마음을 내려놓고 우리집은 원래 어지러웠던 것 처럼 받아들이고, 아이가 자면 한꺼번에 치우는 게 몸도 마음도 편하더라구요.
이와는 다르게 아이가 다 먹은 이유식 그릇이나 더러운 것이 묻은 옷이나 장난감 등은 한꺼번에 치우면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잘 안닦이기 때문에 더러워지면 바로바로 치우는 것이 오히려 편하더라구요. 제가 나름 편하게 사용했던 아이템이 힙색이었어요. 아가가 바닥에 침을 흘릴 때나 음식물이 흘렀을 때 가재수건이나 물티슈를 찾으러 앉았다가 일어나는 게 여간 귀찮고 허리가 아프더라구요. 그래서 집에 있을 때 힙색을 허리에 두르고 그 안에 휴지랑 물티슈를 넣어서 아이를 쫓아다녔어요. 저같이 앉았다 일어서기 귀찮아 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