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작가 지망생 시절을 거친 뒤에 웹소설 공모전에 입상하게 됐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당당하게 작가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그토록 간절하게 꿈꿨던 순간이 이뤄졌으니 계속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었다.
혹시 이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보신 분들이라면 의아함을 느낄 수 있다.
번아웃이 왔다거나 회의감이 들었다는 내용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1년 동안 온전히 전업 작가로만 생활하면서 들었던 생각일 뿐이니까.
웹소설 공모전에 입상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혜택을 꼽자면 원고료였다.
정식 연재를 하게 되면서 매출과는 별개로 회당 일정 금액이 원고료로 지급됐다.
꾸준하게 글을 쓴다면 회당 원고료만으로도 생활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덕분에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온전히 소설만 쓰는 전업 작가가 될 수 있었다.
전업 작가가 되자 생활에 많은 게 달라졌다.
지옥철을 타고 출근할 필요도 없었고,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은 굳이 힘들게 이동하지 않고 집에서 작업했다.
게다가 원치 않는 사람들과 감정 소모를 할 필요도 없어서 정신적으로 지칠 이유도 없었다.
불필요한 스트레스 없이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지낼 수 있으니 지상낙원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창작의 고통이 힘겹기는 했다.
그렇지만 매일 출퇴근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으로 이겨냈다.
그렇게 6개월쯤 지났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상이 너무 심심한 것 같다.
처음에는 배부른 생각이라고 넘겼다.
하지만 내 머릿속을 멈추지 않고 맴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소설을 어떻게 쓸지를 고민하고 쓰는 게 내 하루의 전부였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들 때까지 내 일상의 모든 것은 소설이 자리하고 있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마감의 압박에 다른 무언가가 들어올 조금의 틈도 없었다.
1년에 걸친 첫 번째 작품 작업을 마치고 다음 작품을 준비하면서 깊은 고민을 했다.
지난 1년이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러웠던 이유,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사는 게 맞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던 이유가 과연 무엇 때문이었는지.
그리고 알게 됐다.
내가 나 스스로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혼자서 소설만 쓰면서 사는 삶이 나한테 안 맞는구나.
이제까지 나는 혼자서 작업하는 걸 선호한다고 믿었다.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기 때문에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최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막상 1년 동안 해보니 전혀 아니었다.
사람들을 만나서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면서 함께 일하는 것이 나에게 더 맞는 옷이었다.
앞으로 전업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되더라도 지난 1년처럼 살아야 한다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어떻게 변화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내가 이제까지 쌓아온 경력과 경험을 활용해서 경쟁력을 가지고 잘할 수 있는 일들을 나열해 봤다.
그리고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것인지 테스트해 보고 싶어졌다.
소설 쓰는 일을 포기하려는 건 아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지금으로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다만, 조금 속도가 더뎌지더라도 지치지 않고 오래갈 수 있도록 만들어가 보려고 한다.
당장은 돌아가는 것 같아도 두 가지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것저것 생각만 나열해 봤는데도 설레는 걸 보니 예감이 나쁘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