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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sso Jun 24. 2016

언니

  둘째 언니가 서울에 왔다. 대학 다니는 조카 녀석의 기말고사 기간이다. 언니는 종종 내 것까지 음식을 챙겨 오는데, 이번에는 오이 피클이다. 살림한 지 10여 년이 넘은 동생이니 그냥 놔두어도 되련만 그게 잘 안되나 보다. 매번 내 것까지 신경 쓰지 말라고 해도 만나보면 또 손에 뭐가 들려 있다.


  하긴 언니는 고만고만한 살림에 애 셋을 키우면서도, 내가 첫 직장을 때려치운 후 일 년 여의 백수 생활을 청산하고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에 공짜 상품권이 생겼다면서 나에게 옷을 사주었던 사람이다. 백수 생활로 수중에 돈은 떨어지고 아무도 안 주는 눈치 혼자서 배부르게 먹고 있는 동생이 안쓰러웠을 터다. (지질하게만 안 봐도 감지덕지였던 시절인데...) 나는 애를 낳고 키워보고서야 그게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내 결혼식 때 나란히 앉아 눈물 찍어대던 언니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정작 우리 엄마와 나는 울지 않음) 피클을 보니 언니들이 모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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