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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sso Jun 26. 2016

카세트 테이프

  나는 예전에 많이 들었던 카세트 테이프들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물리적 실체가 없는 음원으로 존재하는 음악이 아니고 눈에 보이는 음악으로 내 옆에 남아 있다. 좋아하는 음반은 음원으로도 사서 핸드폰에 넣어놓고 듣기는 하지만 집에서 혼자 뒹굴거릴 때면 가끔 테이프들을 꺼내어 듣는다. 음질면에서 디지털 음원에 비할 바가 안되어도 물건에 담긴 기억은 대체 불가능한 것이다. 재니스 조플린은 고등학교 후배에게 선물 받은 것으로 후배와 만난 날 자기 것을 그냥 주었었고 스탄겟츠는 대학교 졸업 선물로 한 학번 위의 선배에게 선물 받은 것이다. 요즘은 핸드폰 문자 보내듯 음악 선물을 보낼 수 있는데 그래도 나는 옛날처럼 앨범을 주고받는 게 더 좋다.

  신중현 헌정 앨범도 아는 선배에게 선물 받은 것이다. (엄말히 말하면 결혼 전의 남편이 선물 받은 것으로 둘 다 아는 지인으로부터 받은 것이라 그냥 내 것이 되었다.) 이 앨범은 싱글 앨범이 대세인 요즘에는 다시 나오지 못할 명반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윤도현의 풋풋하고 씩씩한 목소리와 김바다의 군더더기 없는 스트레이트한 목소리가 인상 깊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강산에가 부른 <바람>.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20대에 백수 시절을 보냈던 신림동 옥탑방에 대한 기억이 소환된다. 더운 바람만 가득 들어오던 그 방의 공기가 또렷이 기억나는 건 그냥 착각이려나.


  이상하게도 요즘 음원으로 구매하는 음악에 대해서는 별 기억이 남지 않는다. 물리적 실체가 없기 때문이거나, 가슴 뛰는 음악을 만나지 못했거나, 그것도 아니면 예전만큼 심장이 펄떡이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앨범의 마지막에 있는 <아름다운 강산>은 당시에 반드시 삽입해야 했던 건전가요다. 다들 어쩌지 못해 형식적으로 만들곤 하던 건전가요로 저렇게 세련되게 저항한 신중현은 대단하고 어쩌고를 떠나서 진심 멋진 사람이다. 요즘처럼 음반 시장이 망가지기 전에 헌정 음반이 만들어진 것을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사운드가 보강된 리마스터링 음반이 나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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