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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sso Jul 05. 2016

혼자 있어야 같이 있는다

  

  이렇게 비 오는 날은 혼자 있어줘야 제 맛. 폭우를 뚫고 출근한 남편한테는 미안하지만 나는 낮에 혼자 집에 있는 게 정말 좋다. 비 오는 어두운 날에, 램프 하나만 켜 놓고 가만히 앉아 빗소리를 듣는 일이 나에게는 행복이다. 어찌 보면 나는 혼자인 시간이 충분히 채워져야 다른 사람과도 잘 지낼 수 있는 듯하다. 남편도 아이도 예외는 아니다.


  혼자가 충족되지 못해 제일 괴로웠던 때가 아이가 분리 불안이 있었던 두 돌에서 세 돌까지의 1년이었다. 그때는 아이가 나에게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해서 재택 프리랜서로 소소하게 하던 일도 1년 동안 딱 접고 아이와 붙어 지냈다. 1년 정도 그렇게 했더니 신기하게도 엄마 가도 좋음 허락이 떨어져서 그다음부터 한 달에 하루는 꼭 혼자 외출을 했더랬다. 카페에 앉아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며 사람 구경을 하기도 하고 번화가에 가서 사지도 않을 물건 구경을 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집에 가면 아이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아이가 여섯 살에 유치원을 가고 나서야 한 달에 하루 외출이 의미를 잃었다. 낮 동안 실컷 나 혼자 있을 수 있었으니까.


  사람과의 관계가 대체로 그렇다고 본다. 혼자서도 잘 설 수 있는 사람이어야 둘이서도 함께 잘 서 있을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인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과도 그러한데 타인은 말해 무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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