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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sso Jul 07. 2016

주부가 되어 보자!

  주부가 되어 보지 않고는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없다고 나는 감히 말하겠다. 주부의 사전적 의미는 '한집안의 살림살이를 도맡아서 주관하는 여자 주인'으로 한자로 主婦이지만, 넓은 의미로 모든 사람이 살림을 하는 순간에는 주부가 된다고 생각한다. 살림은 우리가 일상을 누리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이다. 안타깝게도 최근에는 남녀 구분 없이 살림을 배우지 못하고 어른이 된 경우가 많은데(과중한 학업 때문?), 나 역시도 언니가 많아 집에서 잔심부름 담당이었지 직접적으로 집안일을 거의 해 본적이 없이 취업과 동시에 독립을 했었다.


  두 살 터울의 언니와 함께 2년 넘게 자취 생활을 했는데, 그중 일 년은 둘 다 직장 생활을 했었고 나머지 일 년 여는 언니는 직장인으로 나는 백수로 생활을 했었다. 내가 백수였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둘 다 직장에 다닐 때도 언니는 CG 디자이너로 야근을 밥 먹듯이 했고 나는 그나마 격주로 토요일에 쉬는(주 5일 근무가 정착되기 전) 조금은 여유로운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내 쪽이 주부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때의 경험을 나는 주저 없이 인간이 되고 어른이 되는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누군가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청소를 하고, 세탁을 하는 일은 노동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 스스로를 비롯하여 다른 이를 위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그동안 내가 누려왔던 일상의 기반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누군가(대체로 부모님)의 실제적인 돌봄으로 가능했음을 체득하게 된다. 그동안도 모르지 않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의 차이이다.


  밥 먹는 일이나 청결을 하찮게 여기고서 품위 있는 인생을 살 수는 없다. 내 인생의 품위를 지키는 일을 다른 이에게 의존하고서는 진정한 어른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도 한다.) 말로만 때우는 것을 이해받는 것은 10대까지이다. 남녀불문 어른이라면, 이제 우리 가끔이라도 주부가 되어 보자.




  이런 의미 저런 의미 아무리 찾아본들 주부의 일은 감정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고단하다. 거의 평생을 주부로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들(혹은 아버지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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