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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기 Jan 24. 2024

대한민국 기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상속세 조정

중고등학교 정치경제 시간에 “기업의 목표는 이윤추구”라고 배웁니다.

이를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정통 회계학에서 보는 기업의 목표는 “당기순이익의 극대화”입니다. 즉, 기업이 정한 회계산출 기간 동안 순이익의 극대화를 이야기합니다. 경영학 입장에서는 이를 “주주들의 부의 극대화”라고 이야기합니다. 기업 소유 지분을 가진 사람들의 수익의 극대화를 말합니다.      


기업은 자금을 마련하여 직원을 채용하고 투자를 하여 수익을 창출합니다. 자금을 마련하는 출처가 금융기관 등에서의 대출과 같이 상환기간을 설정하여 돈을 빌린다면 이를 부채(타인자본)라고 부릅니다. 반면, 주식발행과 같이 기업 소유지분을 나누어서 자본금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사는 것은 그 회사의 소유권 중 일부를 사는 것입니다. 물론, 저같이 잔고가 적은 사람은 아주 미미한 권리이겠죠. 주식은 자기자본의 모태가 되는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속세 이야기 

얼마 전 삼성가의 상속세 관련 뉴스가 있었습니다. 삼성 고 이건희 회장 주식을 나머지 가족들이 상속받는 과정에서 약 60%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가족들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는 수십조의 자금이 필요한데, 그만큼의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주식을 매각해야 합니다. 삼성그룹 내의 일부 계열사의 주식이죠. 문제는 그렇게 매각한 수십조의 매각주식을 외국계 투자회사나 외국회사가 사게 되면 그 회사는 외국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즉, 회사의 상속세 납부를 하다 회사가 외국에 넘어가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20세기말 유럽과 북미의 회사들이 그런 식으로 다른 나라 회사에 소유권을 넘겨준 사례가 있습니다. 이에 2000년대 초반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자국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낮추었습니다. 징벌적으로 행해지던 상속세를 낮추어 자국회사를 보호하게 된 것이죠.     



북유럽 모델

흔히 북미식 자본주의와는 다른 수정자본주의의 모델이 되는 나라를 북유럽국가라고 이야기합니다. 복지가 잘 되어있고 기업은 투명하게 경영합니다. 그런데 이 북유럽 국가 중 대표적으로 제조업이 발달한 국가인 스웨덴에도 상속세는 없습니다. 1990년대 전후로 기업 오너가 상속세를 지불하는 과정에서 오너가는 보유회사 주식을 매각하였고 이 주식은 유럽의 다른 나라 회사에서 매입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웨덴 굴지의 기업이 다른 나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당시 스웨덴의 여러 기업이 상속세가 없는 유럽의 다른 나라로 본사를 옮기기도 하여서 스웨덴은 경제적인 타격을 받습니다. 이를 회복하고 자국의 기업들을 지키고자 2000년대 중반 스웨덴도 상속세를 없앱니다. 더 이상 자국 기업이 해외자본이나 기업에 잠식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 것이죠. 이에 대응하여 기업은 상속세를 폐지한 대신 교육비, 연구비, 투자비를 대폭으로 늘립니다. 여기서 우리가 흔히 아는 발렌베리 가문(스웨덴 대부분의 대기업을 소유한 가문)이 수익의 상당수를 교육/연구비에 투자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나라도 반도체와 IT 및 IT제조업이라는 국가를 먹여 살리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기업의 매출이 높으면 국가에 세금을 많이 내게 되고 그러면 국가도 부강해집니다. 그리고 세금 외에도 기업의 발전으로 인해 국가와 국민이 누리게 되는 부가적인 부분도 생기게 되죠. 이는 어쩌면 그 회사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주어지는 부가적인 혜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상속세를 낮추거나 폐지하고 대신 투자와 연구비를 높이도록 하는 제도가 만들어지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대표기업들이 외국에 넘어가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의 가까운 친구도 징벌적 상속세에 회사 상속이 어려워 탄탄했던 중견기업을 2대에서 접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대한민국의 일부 정치인들이 종종 스웨덴 경제모델을 이야기하고 스웨덴 국내총생산의 30%를 차지하는 발렌베리 가문의 기업에 대하여 이야기하는데,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스웨덴은 상속세가 없으며 발렌베리 가문은 은행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SAAB, SAS, 일렉트로룩스, 에릭슨, 아틀라스 콥코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다수의 기업이 발렌베리 가문에 속해있습니다. 은행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자금경색에 빠진 자기 기업을 은행 대출을 통해 자유롭게 회생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신 세간에 알려진 대로 수익의 상당수를 교육과 연구비, 채용으로 투자합니다. 일부 정치인이 이야기하는 수익의 85%를 법인세로 낸다는 이야기는 잘못 와전된 이야기이며 일반적인 스웨덴의 법인세 수준은 국제 기준으로 보아도 낮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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