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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기 Mar 12. 2021

[수필] 200미터, 도시재생의 새로운 초석

조치원 도시재생 뉴딜 프로젝트

※ 본 글은 조치원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선발된 대학생들의 활동을, 필자가 기고 의뢰를 받아 작성한 수필입니다. 조치원 도시재생센터의 브런치 계정에도 업로드 되었지만 홍보차원에서 저의 브런치에도 글을 업로드하는 것이며 계약시 도시재생센터와의 협의된 공유임을 알려드립니다.  

(독일 및 해외사례와 지방분권에 대한 생각은 필자가, 조치원역 주변의 실제 개선 프로젝트 관련사항은 대학생으로 구성된 집비둘기팀이 구상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유럽의 대표적인 선진국인 독일은 지정학적으로 각 지역이 고루 발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먼저, 북부 경제중심인 함부르크, 표준 독일어로 유명한 하노버, 북서부 라인강 공업벨트인 뒤셀도르프/쾰른/마인츠, 중부에 있으면서 유럽 국제항공 허브의 역할을 하는 프랑크푸르트, 독일 남서부에 있으며 벤츠와 포르쉐로 유명한 스투트가르트, 남동부에 있으며 BMW 생산공장이자 경제적으로 부유한 바이에른주 뮌헨, 동부에 있는 독일의 수도 베를린, 음악으로 유명한 라이프치히나 드레스덴까지 독일은 동서남북 고루 발달하였다. 또한, 하나의 큰 도시에 대기업 하나가 있다면 그 주변의 작은 도시에도 관련 협력업체가 함께 있어 지역적으로 균형된 발전을 이루어왔다. 재미있는 사실은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의 물가가 뮌헨, 함부르크, 스투트가르트에 비해서 높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대한민국은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기업, 금융, 문화시설, 교육, 의료 등 모든 것이 서울과 수도권에 중심을 이룬다. 우리 사회가 서울만의 사회가 아닌 모든 지역이 함께 사는 사회라면 어쩌면 지역 균등발전과 지방 도시재생사업은 지금 현재 반드시 실행하여야 할 국가 과제이다.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적고 경제활동이 일어나지 않아 낙후된 도시들을 다시금 활기가 돋는 도시로 재생해야 한다.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이번 조치원역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에 참여하게 되었다.      


조치원읍은 지정학적으로는 충청북도청이 있는 청주, 여러 정부기관이 모여있는 세종시와도 가깝고 주변에 고려대학교, 홍익대학교, 대전 카톨릭대학교와 한국 영상대학교, 한국 교원대학교가 있을 정도로 교육적인 위치도 상당히 좋았다. 간단한 조사를 마친 후 현장 답사를 위하여 조치원에 방문하였다. 역에서 내리자 낙후된 자그마한 상가들이 반겨주었다. 주변에 대학들이 있다고 익히 들었지만 조치원읍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대부분이 5, 60대분들이었다. 도시 노후화가 되면서 생기를 잃고 삭막해져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조치원읍내에 병원은 많았다.      


주변에 여러 대학교(교육), 병원, 정부기관과 도청(세종시와 청주시)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요소들이 많지만 이상하게도 조치원읍은 공허한 느낌을 준다. 조금의 재생사업만 잘 추진한다면 생기발랄한 도시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우리 팀이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젊은 층의 유입이었다. 주변 대학교에 있는 젊은이들이 조치원읍으로 와 소비를 한다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노후 건물을 개보수하여 깨끗해진다면 또 다른 젊은이들이 도시로 들어와 사업을 하는 선순환의 구조가 잡힐 것이다. 자연히 도시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어떠한 방법으로 개발을 하든 관건은 젊은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우리가 생각했던 아이디어는 ‘조리단길’이었다. 약 10년전 서울 이태원에 소재한 경리단길에 카페와 펍이 들어서면서 작고 아기자기하지만 그 개성적인 모습에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3, 4년이 지나자 망원동의 망리단길, 잠실의 송리단길, 부산 해운대의 해리단길 등등 비슷한 상권이 생기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외국 유명 셰프나 바리스타에게 교육을 받고 한국으로 귀국한 후 강릉, 경주와 같은 중소 도시에 카페촌을 형성하여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만들었다. 누가 강릉이나 경주가 커피로 유명한 도시가 될 것이라 생각했겠는가? 그리고 젊은이들은 그곳을 일부러 찾아간다. 커피를 마시는 것을 넘어 문화를 누리러 간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생각도 읍내 비활성화된 상가에 카페와 펍 등 젊은이들이 찾아올만한 시설을 조성하여 지역상권을 살리고 젊은 도시로 재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종 전통시장 주변의 상권을 이용한 행사는 이미 연간 수차례 진행 중에 있으며 상가를 개조하여 카페를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인 것 같았다. 무엇인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싶었다. 역 주변을 조사하고 연구하면서 우리에게 무엇인가 괄목할만한 중심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치원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찾아와서 함께 할 수 있는 곳, 조치원에 랜드마크가 되어서 주변에서도 일부러 찾아와 구경할만한 곳을 만들고 싶었다.      


현장을 방문하며 우리는 조치원역 앞에 있는 육교를 발견하였다. 조금 으슥해 보이긴하지만 약 200미터 정도의 꽤 긴 구간이었다. 이 육교를 하나 두고선 상가들이 있는 상업시설과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거단지가 나누어져 있었다. 즉, 육교는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을 연결해주는 통로였다. 조금은 노후된 시설이고 폭도 좁기에 리모델링이 필요해 보였다.      


우리는 육교를 리모델링하기로 하였다.           


우리 집비둘기 팀은 총 다섯 명의 구성원으로 건축학과, 경영학과,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장점을 살려 육교를 조치원의 랜드마크로 재탄생시키는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했다. 건축학과 학생은 육교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의 타당성을,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과 경영학과 학생은 어떤 컨텐츠와 시설로 육교를 꾸밀지와 그로 인한 효과를 검토하였다.    

  

우리는 실현 가능성을 생각하며 두 가지로 아이디어를 나누었다.      


첫째, 재건축 또는 폭을 넓히는 구조보강이 가능한 경우

주변에 있는 대학교,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예술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게 하여 사람들이 육교를 오가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과 육교 위에서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는 포토존, 공중정원과 벤치를 활용하여 지역 주민들이 높은 곳에서 도로와 건물, 자연을 보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 간이 무대를 설치하여 자율 버스킹 활동이 가능한 공간을 조성하고 통로 일부에선 요일에 따른 플리마켓을 운영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즉, 육교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육교를 더욱 큰 폭으로 재건축하거나 콘크리트 구조를 보강하거나 트러스를 활용해 구조를 보강하면서도 미적 요소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였다. 상판의 너비를 2~3미터 정도만 연장한다면 문화공간 실현이 가능했다.           


둘째, 구조보강이 불가능한 경우

많은 사람들이 멈추었다 쉬어가기에 현재 육교는 폭이 좁으면서도 중량에 따른 위험도 있기에 앞서 이야기한 다양한 아이디어 중 예술작품 전시와 포토존 구성을 위주로 계획하였다. 최소한의 개선으로 지역주민이 예술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였다.     

 

육교는 두 공간을 연결해주는 길, 더 나아가서 두 공간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가교의 역할을 한다.

     

육교가 문화공간이 된다면,

단순한 연결과 소통을 넘어서서 유동인구 증가를 통하여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의 연계가 용이하게 되어 상업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 또한, 젊은이들은 자신의 미술작품 전시, 플리마켓, 버스킹으로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으며 포토존, 공중정원을 통하여 남녀노소 문화와 휴식공간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비록 200미터라는 길이는 뉴욕의 하이라인, 서울로7017에 비해서는 짧지만, 작고 아기자기한 문화공간 특징을 잘 살린다면 새로 조치원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마주치게 되는 공간이라는 이점, 하늘 위에 떠 있으면서 조치원읍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이점으로 지역의 또 하나의 랜드마크로 각인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좋은 선례로 각 지방 중소도시에도 적용이 가능하리라 믿는다.    

  

잠시 노트북을 덮고 지난 8주간의 여정을 생각해 보았다.      


먼저, 현장을 방문하여 상가, 전통시장, 행사 등에 관하여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육교를 발견한 것은 우리 아이디어의 원천이었다. 그리고 처음엔 다른 아이디어를 위하여 시작되었지만 최대한 많은 자료와 정보를 수집한 것은 문화시설의 집약체인 육교를 리모델링하는 데에 큰 자산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고민의 시간이 다소 길었음에도 상권의 연결과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시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했던 열정은 우리가 문화공간 재창조라는 획기적인 결과물을 산출하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200미터의 육교. 복합문화공간. 짧다면 짧은 공간이지만 조치원읍의 랜드마크, 더 나아가서 각 지역 도시재생사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데에 초석이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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