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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혜인 Aug 02. 2023

개구룰루르르!♬ 사막에 단비를 부르는 노래

2023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 극단 즐겨찾기 <개굴개굴 고래고래>

#아동극 #환경 #가뭄 #노래 #아동극형식의풍성함


극이 시작되기 전, 프리셋에는 인류가 꿈 꿀 푸르른 세상을 암시하듯초록의 조명이 벽을 워시(wash: 물들이다)하고 있고, 천천히 회전하는 노란색 도트 무늬 조명이 바닥을 비춘다.
그리고 세로형 옷걸이에 동물 의상 세 벌이 걸려있다.
배우들이 등장하여 호랑이, 코끼리, 사슴으로 분하는데 그 과정이 마치 트리오 같이 우스꽝스럽다.
동물들은 말한다. “왜 비가 내리지 않는 거야?”
나무가 많았던 사막에는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는다.
갈색으로 된 단단한 재질의 큰 천이 휘날리며 사막에는 모래바람이 한차례 불고,
개굴개굴! 개구리 소리가 들린다.
용감한 개구리 ‘구르구르’의 등장은 사막에서 목말라 지친 동물들과 다소 대조적인 에너지를 선사한다.


(C) 아시테지 코리아


개구룰루르르! 사막에 비를 내리기 위해 고래 선생님을 향한 구르구르의 여정은
어린이 관객과 함께하는 즐거운 노래로 시작된다.
바다로 함께 떠나는 호랑이, 코끼리, 사슴은 사다리로 철도를 만든다.
가자-!
 코끼리의 창이 장구 장단에 맞춰 시작된다.
구르구르와 함께 이윽고 바닷가에 도착했지만,
사람들이 먹다 버린 라면, 과자껍데기 등으로 만들어진 배에 동물 네 마리 모두가 타기는 무리다.
결국 구르구르 혼자 바다로 향하게 된다.


그런데왜 고래 선생님을 만나야만 사막에 비가 내릴 수 있었을까?
극의 전개 방식에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설득력이 다소 미흡하다고 느껴졌다.
고래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정보 전달을 매끄럽게 풀어가는 장면이 있다면

어린이 관객에게 더욱 쉬운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적 효과까지 잡을 수 있었을 테다.
그림자팝업북인형 등 아동극에서 주로 채택되는 형식들을 다양하게 혼합하고

거기에 창이라는 전통적 요소까지 곁들여 연출 선을 그려냈던 것처럼,
필요한 형식을 채택하여 고래와 환경이 맺는 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하였다면

장면의 재미와 더불어 개연성을 획득하였을 테다.


(C) 조헤인


예상할 수 있겠지만, 결국 구르구르는 고래 선생님을 만나 사막에 비가 내린다는 엔딩을 맞이한다.
플롯의 첨예함 보다 연출적인 풍부함이 돋보이는 본 공연은
이처럼 쉬운 엔딩을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관객과 보호자 관객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끌어내었던 공연이다.
여정을 끝마치고 사막에 돌아온 구르구르는 개구룰루르르! 노래한다.
노래를 부르면 언제든지 비를 내려주겠다는 고래 선생님의 약속을 받고,
메마른 사막을 위하여 노래한다.
더 이상 목마르지 않을 사막을 위해

사막에 단비를 부르는 노래를 부른다.
구르구르와 동물 친구들의 생명력 넘치는 소리를 어린이 관객들이 따라 부르며
종국에, 극장을 나섰을 때 그 노래를 삶에서 고이 간직할 수 있게끔 본 공연의 막이 내린다.


















조혜인 (연극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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