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내가 나오면 버스가 지나가버린다거나, 겨우겨우 버스를 탔는데 신호에 계속 걸린다던가 하는 일들이 생긴다. 오랜만에 늦지 않으려고 일찍 나오면 오늘따라 무슨 일인지 버스가 영 안 온다. 혹은 버스가 왔는데 사람이 꽉 차서 태우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리기 일쑤다. 내가 타는 정류소가 그렇게 사람이 많이 타고 오는 곳이 아닌데도 꼭 내가 일찍 나오거나 잘 맞춰서 나오면 그런 일이 생겨난다.
늦어서 택시라도 탈라치면 그날따라 지나가는 택시도 한대가 없다. 개똥도 약에 쓸려니 없다던가 하는 옛 속담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다. 집에서 가까운 직장에 다녀서 너무 좋지만 또 그만큼 늦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도 있다. 학교 앞에 사는 애들이 꼭 늦는다는 옛말도 꼭 나를 가리키는 것 같아서 양심이 공격받는 기분이다.
친구들과 약속을 할 때도 꼭 그런 일이 많이 생긴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지각왕이다. 시간을 맞춰서 가도 신기하게 늘 거의 마지막이 내 차례다. 다들 어떻게 그리 일찍 다니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