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할머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6개월 전 엄마의 부탁으로 예약을 하면서 내 것도 예약을 했는데 잡힌 날짜가 마침 12월 말이라 '그래, 신년운세 보는 셈 치지 뭐' 하고 반년을 기다렸다.
드디어 그날이 다가와 가게를 하시는 엄마와 취준생인 여동생, 남동생과 같이 먼 길을 떠났다.
집에서 한 시간 여를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하는 거리였지만 다들 마음속에 궁금한 것에 대한 호기심과 이루고자 하는 소망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얼굴엔 설렘이 가득이었다.
최근 몇 년간 내가 계속해서 묻는 질문은 임신과 출산, 그리고 나의 직장생활이었다.
최근 3년간 나는 3곳의 직장을 다녔다. 3년을 다닌 정든 직장과 이별하고, 스타트업에서 보낸 1년 반, 그리고 지금 새로이 이직한 이곳. 3년 사이에도 이동이 잦았기에 직장생활은 항상 내게 1순위의 궁금증이었다.
이동이 잦은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직장 생활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인지라, 다가올 미래의 나의 직장생활은 어떨지 너무도 궁금했다.
그런 나에게,
점사를 봐주신 분은 그 무엇보다 지금 너에게 중요한 것은 '임신과 출산'이라고 얘기했다.
올해의 내가 꼭 이루어야 하는 것은 임신과 출산이라는 점사를 듣고 동감은 하지만, 인정은 하고 싶지 않은 청개구리 같은 마음이 들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직장생활이 균등하게 영위가 가능하다면 좋으련만. 해외출장이 잦은 지금의 직장은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는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라 마음이 씁쓸했다. 지금 수습을 막 떼고 4개월 차에 접어든 이 직장은 좋은 사람들, 좋은 위치, 그리고 적당한 거리감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곳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누군가는 나에게 이런 생각조차가 욕심이라고 했다.
욕심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삼신할머니,
저 조금만 더 욕심부리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조금만 더 일하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