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생 뮤지션의 80년대
1980년대는 어떤 시대일까? 안타깝게도 90년생인 필자에게 80년대는 미지의 세계이다. 지금으로서는 80년대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교과서와 텔레비전 그리고 인터넷과 같은 매체뿐이며 그 또한 한정적이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대, 87년 6월 항쟁, 88년 서울 올림픽, 지금으로서는 이해 못할 수많은 형형색색의 디자인들. 아쉬운 점은 이 이미지들은 80년대 한국의 이미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밖의 80년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 모습의 일부를 프랑스 일렉트로닉 밴드 M83(엠 팔삼)의 7번째 앨범 'Junk'(정크)는 보여준다. 80년생 M83의 리더인 'Anthony Gonzalez'(안토니 곤잘레즈)가 만들어내는 '80년대'의 이미지를 통해 그 시절의 편린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Junk'앨범에 담긴 안토니 곤잘레즈의 80년대는 어떤 모습일까? 앰비언트, 신스팝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된 'Junk' 앨범에 담긴 80년대의 이미지는 명확하다. '가능성'이다. M83은 첫 곡 "Do it, Try it"부터 마지막 곡 "Sunday Night 1987"에 이르기까지 희망찼던 80년대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다. Junk' 앨범의 80년대는 무엇이든 가능했고 도전할 수 있었고, 가능성을 긍정하던 그 시대로 그려진다.(실제로 1980년대는 3저 호황으로 세계경제의 황금기였다.) M83은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7-80년대 텔레비전 쑈에서 얻은 영감으로 'Junk'앨범을 작업했으며 80년대의 감성과 존경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는데 결과적으로 그 노력은 성공했다. 수록곡들에 몽환적이고 레트로 한 분위기를 씌우고자 80년대의 라디오 히트송, 광고 음악 등의 형식을 활용한 것은 효과적이었으니까.
그러나 아쉽게도 'Junk'앨범은 80년대 감성에 너무 몰입한 것 같다. 80년대의 감성을 담아내기 몰두한 나머지 기존 M83의 특성이 살지 않기 때문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80년대 감성에 매몰됐다. 일렉트로닉 밴드로서 M83이 가진 반짝이는 신시사이저 사운드 활용은 느껴지지 않고 반복되는 패턴은 갑갑하다. 개별 곡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적으로 솟구치려다만 느낌이다. 기존의 80년대 스타일을 존중함과 동시에 강조됐어야 하는 M83 만의 요소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기에 M83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Junk'앨범은 80년 히트곡의 메들리로 느껴지기도 한다. 80년대 스타일을 부각하면서도 기존의 신시사이저를 전면에 세운 방식을 병행했다면 더욱 그만의 작품이 나왔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M83의 리더 안토니 곤잘레즈의 개인적 삶을 고려하면 'Junk' 앨범이 80년대에 빠져든 것은 일정 부분 이해가 간다. 그에게 80년대는 가능성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1980년생인 안토니 곤잘레즈는 유년기를 보냈던 80년대의 꿈은 지금의 뮤지션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의 원래 꿈은 프랑스 축구팀 'AS Cannes'의 선수로 활동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유소년 선수로 활동했지만 14세에 부상을 얻어 이 꿈을 이룰 수 없게 되었고, 이후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된다. 안토니 곤잘레즈가 비록 성공한 뮤지션이지만 유년기에 한창 꿈꿨던 80년의 가능성은 그립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Junk' 앨범에서의 80년대는 따뜻하다.
아티스트: M83
음반: Junk
발매일: 2016.04.08
길이: 00:55:40
수록곡
1. "Do It, Try It"
2. "Go!" (featuring Mai Lan)
3. "Walkway Blues" (featuring Jordan Lawlor)
4. "Bibi the Dog" (featuring Mai Lan)
5. "Moon Crystal"
6. "For the Kids" (featuring Susanne Sundfør)
7. "Solitude"
8. "The Wizard"
9. "Laser Gun" (featuring Mai Lan)
10. "Road Blaster"
11. "Tension"
12. "Atlantique Sud" (featuring Mai Lan)
13. "Time Wind" (featuring Beck)
14. "Ludivine"
15. "Sunday Night 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