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뮤직 페스티벌에는 음악 외적인 것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뮤직 페스티벌 관람은 더 이상 생소한 경험이 아니다. 뮤직 페스티벌의 수는 해마다 늘어났으며 다루는 또한 장르를 다양해졌다. 그 결과 뮤직 페스티벌은 대중문화의 한 요소로 당당히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대중문화 콘텐츠로 확고히 자리를 잡게 된 지금 뮤직 페스티벌은 이제 그 다음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음 시대는 생존이 아닌 범람하는 뮤직 페스티벌 사이에서의 생존이 최우선이 된 시대이기 때문이다. 생존의 시대는 어떠한 환경일까?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뮤직 페스티벌은 어떻게 대응할까? 이번에는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앞으로는 더 이상 라인업만 내세운 페스티벌은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관객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수많은 대형 아티스트가 내한 공연을 했음에도, 사실 공연 사업을 진행하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다. 음반 시작은 작고 그나마 있는 수요도 K-POP에 치중되어 있어 공연 티켓이 얼마나 판매될 것인가도 확실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간 수많은 거물 뮤지션들이 대한민국을 방문했다.
비틀즈의 폴 메카트니, 메탈리카, 뮤즈, 에미넴, 데이비드 게타, 하드웰 등 거물 뮤지션들의 계속된 내한은 한국의 음악시장 규모를 고려한다면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기적은 막 좋지만은 않다. 뮤직 페스티벌의 라인업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놨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그 수준에 맞는 뮤지션을 섭외하는 난이도 또한 함께 올라갔다. 이제 웬만한 뮤지션들의 내한으로는 이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졌다. 적어도 앞서 언급한 뮤지션들과 같은 수준의 라인업을 구성하기에는 뮤직 페스티벌의 예산, 시간 그리고 에너지는 너무도 한정적이다.
또한 뮤직 페스티벌이 대중화에 성공함에 따라 더 이상 뮤직 페스티벌의 티켓은 평소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지 휴양을 위해, 지긋지긋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사람과 경험을 만나기 위해 뮤직 페스티벌 티켓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뮤직 페스티벌 그 자체를 즐기러 온 사람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뮤지션들을 섭외하기 위해 벌이는 전쟁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관람객들 중 이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곧 이들이 관람객의 다수를 차지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국내의 많은 뮤직 페스티벌들은 제마다 특이한 '콘셉트'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제 뮤직 페스티벌 홍보의 최전방은 더 이상 라인업만 덜렁 있지 않다. 라인업과 함께 강조되는 컨셉은 뮤직 페스티벌이 어떠한 경험할 거리를 준비했는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경험할 거리는 평소 보지 못한 비주얼의 조형물과 퍼레이드를 통해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다가온다.(이미 해외 뮤직 페스티벌, 특히 벨기에의 Tomorrowland는 성공적으로 스토리텔링을 안착시켰다.) 특히 이러한 방식은 7월 개최된 5 Tardium 페스티벌에서 강조되었는데, 다양한 인형과 퍼레이드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성공적인 반응을 얻었다. (5 tardium은 실험적인 첫 회를 거쳐 이제는 매번 매진되는 페스티벌이다.)
물론 앞으로 뮤직 페스티벌들이 컨셉만 강조해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다. 뮤직 페스티벌의 본질은 결국 음악이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뮤직 페스티벌 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타 문화 컨텐츠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음악만으로는 대중 컨텐츠로서 살아남기 어렵다. 이는 뮤직 페스티벌이 대중화됨에 따라 발생하는 필연적인 고민으로, 더 많아진 관객의 수만큼 더 많은 컨텐츠가 필요해졌다. 뮤직 페스티벌에서 어떤 컨섭을 선보일 것인가에 대한 답은 없다. 밸리 록 페스티벌은 올해 체험할 수 있는 설치 미술과 클럽 '신도시'와의 콜라보를 통해 페스티벌에 '예술'을, 8월에 개최된 월디페는 '물싸움'을 선보였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음악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워졌다. 다음 시대에 살아남는 뮤직 페스티벌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컨셉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