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ice - Randy
성공한 뮤지션은 정의(Define)된다. 곡이 유명해지고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순간 대중들은 이를 바탕으로 "이 뮤지션은 이런 감성을 이렇게 표현하는구나" 하고 틀을 짔는다. 한번 틀이 정해지면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데, 대중들이 뮤지션이 다음 결과물의 좋고 나쁨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되는 게 이 '틀', '정의'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뮤지션은 다음 작품에서 전작과 비슷한 감성, 표현 방법을 담지 못한다면 '초심을 잃었다', '실망스럽다'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따라서 뮤지션에게 성공은 '독이 든 성배'이다. 돈과 명예를 얻지만 뮤지션으로서의 자율성을 잃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혹 이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뮤지션들이 있다. 이들은 정의됨을 거부하고 스스로 정의한다. 프랑스의 일렉트로닉 밴드 'Justice(저스티스)'가 그렇다. 정의의 이름을 짊어진 이들은 정의되지 않는다.
Justice는 가스파르 아우게(Gaspard Augé)와 그자비에 드로즈네(Xaviet de Rosnay)로 이뤄진 프랑스의 2인조 일렉트로닉 밴드이다. Justice는 2007년 발매한 1집 "Cross(크로스)"의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대중들은 Justice의 "Genesis(제네시스)", "D.A.N.C.E(댄스)" 등 히트곡의 사이델릭하면서도 레트로한 감성에 매료되었고 이는 곳 Justice의 개성으로 정의되었다. 그러나 Justice는 이 정의에 안주하지 않았는데, 2집 "Audio, Video, Disco"에서는 1집과 다른 묵직한 록 사운드와 직감적인 비트가 독보이는 작품을 발표하며 새로운 도전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보에 수많은 비난이 가해졌지만 Justice는 여전히 정의되지 않는다. 최근 발표된 3집 앨범 "Woman(우먼)"의 싱글 곡은 퀄리티를 떠나 여전히 기존 1집, 2집과 다른 감성을 담고 있다. 이러한 Justice의 정신은 최근 공개된 싱글 "Randy(랜디)"에도 나타난다.
"Randy(랜디)"도 이전 Justice 신곡처럼 발표되자 비난을 받았다. 기존 Justice의 감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흔해빠진 곡과 다를 바 없다고, Justice의 도전을 즐기는 사람들은 기존 1집과 2집의 딱 중간에 있는 '적당히 타협한 곡'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평은 일정 부분은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Randy"의 가치는 평가절하될만한 것이 아니다. 마치 게샤펠슈타인의 "Pursuit"이 연상되는 도입부의 강렬한 비트로 고조된 긴장감은 곧 감미로운 보컬과 뿜어져 나오는 전자음을 통해 반전되어, 80년대의 반짝이는 네온사인을 보는 듯한 레트로한 감성을 곡 전반에서 느낄 수 있는 수작이다.
"Randy"는 Justice의 새로운 도전을 알려는 신호탄이다. 3집 "Woman"를 통해 Justice는 2집에서 새롭게 정의된 Justice표 묵직한 록 사운드에서 벗어나 레트로한 감성에 도전한다. 아직 3집에 대한 정보가 적어 그들의 새로운 도전을 논하기 어렵지만 싱글로 선 공개된 "Safe And Sound(세이프 앤 사운드)"와 "Randy"는 이 도전의 끝이 희망적임을 보여준다. 보장된 성공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Justice의 행보는 매번 비슷한 감성과 구조를 반복하는 이들과 명백히 대비된다. 뮤지션이 자신의 감성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사람임을 고려했을 때 Justice와 같은 뮤지션들이야말로 진정한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정의(Define)되지 않는 정의(Justice)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본다.
아티스트: Justice
발매일: 2016.09.15
길이: 00:06:38
수록곡
1. Ran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