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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뮤직 Dec 27. 2016

신현희와 김루트 - 다이하드

껄껄 선생과 두 번째 목숨 그리고 변화

신현희와 김루트의 싱글 앨범 '다이하드'

 필자에게 중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껄껄 선생'으로 기억된다. 그분이 '껄껄 선생'이라 기억되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자주 하시던 특유의 입버릇 때문이다. "~~ 할 껄, ~~ 하지 말 껄(표준어는 '~할 걸'이다.) 같이 껄껄대지 말고 지금이라도 잘해라!"라는 그 분만의 입버릇. '후회하지 말고 지금 당장 최선을 다하라.' 어찌 보면 흔해 빠진 격언 중 하나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껄껄이라는 특유의 울림은 아직까지 기억될 정도로 독특하다. 그런데 최근 껄껄 선생님이 문뜩 떠오른 일이 있었다. '신현희와 김루트'의 싱글 앨범 '다이하드'를 접했던 때이다.


 

 사실 필자가 '신현희와 김루트'라는 듀오 밴드를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얼마 전 여자친구와 치킨 집에서 맥주를 마시던 중 재생된 이 밴드의 음악 다이하드를 통해 접한 것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하드는 듣자마자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곡이었다. 보컬, 악기 등의 구성뿐 아니라 노래의 메시지 모두 흥미롭다.

 다이하드의 가사를 직역해보자면 이 곡의 메시지는 "인생의 한번 더가 있다면 무엇을 할까?"이다. 곡의 화자는 '화산에서 반신욕 하기', '나룻배를 타고 버뮤다 여행을', '사하라 사막에서 찜질을' 등의 위험천만한 사례를 예시로 들며 인생을 살맛 나게 만들기를 소망하는데, 이는 화자가 평소 두려운 현실에 부딪혀 소망했지만 해보지 못한 것이다. 즉 화자는 외면하고 후회했던 일상에서 지금이라도 변화를 꿈꾼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인생은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껄껄 선생님의 격언과 다이하드의 메시지는 통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당장 최선을 다해라'로 말이다. 물론 100% 완전히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두 번째 삶을 얻더라도 이런 건 사양이다.

 다이하드는 구성도 흥미롭다. 보컬인 신현희는 뚜렷한 발성과 구현동화를 읽어주는 포근한 음색으로 곡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며, 마치 찍어낸 듯한 명확한 발음으로 가사가 가진 운율감을 파릇파릇하게 잘 살린다. 이러한 신현희의 보컬을 김루트의 베이스와 전반적으로 사용된 신시사이저 음률이 든든히 보컬의 공백 구간을 채워준다. 이러한 보컬과 반주의 조화는 가사 자체가 반복되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단점을 훌륭히 보완해 개성이 톡톡 튀는 곡으로 만들어 냈다.

개성 있지만 균형 잡힌 다이하드의 구성

 신현희와 김루트의 다이하드를 듣고 바로 껄껄 선생님이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노래를 70번 넘게 듣게 된 이유는? 그만큼 필자에게 현실과 희망사항이 괴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현실을 희망사항과 맞추기 위해서는 두 번째 인생에 기대고, 과거를 추억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변화를 각오하는 것도 어렵다. 그렇기에 필자에게는 다이하드의 폭죽 같이 밝은 반주과 무거운 메시지 사이의 간극이 인상 깊다. 오랜만에 껄껄 선생님께 연락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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