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신해철’
나는 그의 노래를 통해 감동과 설렘과 기쁨과 용기와 응원 그리고 많은 위로를 받으며 초・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살고 있다. 신해철의 사진이 단 한 장이라도 실린 잡지가 있다면, 나는 한 달 용돈 전부를 투자해서라도 구입을 했었고, 카세트테이프, LP, CD 등 모든 앨범도 전부 구입하여 그의 노래를 듣고, 듣고, 듣고, 듣고, 듣고 또 들었다. 지금도 기분이 우울하거나, 단순노동을 해야 할 때, 또는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날이면 난 꼭 그의 노래를 듣는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나는 초등학교 시절,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는 기분이 든다. 그 시절의 나와 대화하는 기분이 들어서 인지 지금도 그의 노래는 들어도 들어도 여전히 좋다.
우리는 누구나 다 살면서 후회되는 순간이 하나 이상씩은 있을 것이다. 나는 그의 콘서트를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도 너무나 후회가 된다. 그렇게 좋아한다고, 좋아했다고 말했으면서도 콘서트는 왜 한 번도 가지 못했었던 걸까? 학생 시절에는 공부를 해야 해서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그리고 그 후에는 시간과 돈만 있으면, 내가 가고자 하면 언제든지 그의 콘서트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몰랐던 것이다. 지금의 내 나이에 그가 의료사고로 그렇게 허망하게,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1991년에 발매된 신해철의 두 번째 앨범인 Myself에 ‘50년 후의 내 모습’이라는 노래가 있다. 1991년 기준으로 50년 후면 2041년이 된다. 정작 신해철은 5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버렸다. 그가 살아있다면 과연 어떤 음악과 어떤 메시지들을 이 세상에 더 남겼을지 궁금하다.
몇 년 전에 정년퇴임을 하신 한 교수님은 젊어서는 최대한 열심히 일을 하고 퇴직한 후에 평생소원인 해외여행을 다닐 거라고, 각 나라에서 일 년 살 이도 해 보겠노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영어, 일본어, 그리고 스페인어까지 외국어 공부를 참 열심히도 하셨었다. 교수님은 정년퇴임 후 평생소원이었던 꿈을 이루셨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지금은 경제적 여유와 시간은 많아졌지만, 정작 몸이 아프셔서 다니기가 어렵다고 하셨다. 몸이 아프시니, 대자연의 아름다움, 위대함, 경이로움의 대명사인 그랜드캐니언에 가서도 아무런 감흥이 없으셨다고 하셨다. 교수님께서는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은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나중에 해야겠다고 계획하면 본인처럼 못 할 수도 있다고, 그리고 하더라도 아무런 감흥이 없을 수도 있다고, 그러니 하루라도 젊고 건강한 지금 해야 한다고 나에게 말씀해 주셨다.
지금은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된 두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에 와서야 후회되는 순간들이 참으로 많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놀아주고 더 많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더 많이 기다려 주지 못 했던 것이 가장 후회가 된다. 아이들보다 중요한 일이 도대체 뭐가 있다고? 그때의 나는 무엇이 그리도 바빴던 걸까?
그때로 단 하루만 돌아갈 수 있다면, 아이와 눈 맞추며 사랑한다고 백 번, 천 번, 아니 만 번 그 이상까지도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충분히 기다려주고 더운 여름날 땀띠가 날지언정 꼬옥 끌어안아주고 싶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의 삶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것은 지금 해야 한다.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지금 말해야 한다.
가고 싶은 곳도 먼 훗날이 아닌, 지금부터 여행경비와 일정에 대한 계획을 세워 은퇴 후와 같은 먼 훗날이 아닌, 가급적 지금에 가까운(늦어도 3년에서 5년 이내?) 시기에 가야 한다. 건강도 몸에 좋은 음식 섭취, 꾸준한 운동, 긍정적 생각 등을 통해 지금부터 관리해야 한다.
우리에게 나중은 없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