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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Feb 14. 2023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매년 오늘처럼 ‘학위수여식’ 날이 되면, 나는 기분이 묘하게 착잡해진다. 

식장에서 졸업가운을 입고 있는 우리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너무나 대견스럽고 뿌듯하고 자랑스러워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과 함께 그동안 정들었던 학생들과 헤어진다는 생각으로 마음 한구석은 휑하니 허전하고 또 한없이 서운하기만 하다. 학생들은 모두 밝게 웃고 있는데, 나만 쿨하지 못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처음 입학했을 때의 모습들이 생각난다. 

전문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들 대부분에서는 뭔가 자신감 없어 보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상위권 성적이 아니었다는 것은 전혀 잘못도, 죄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이들을 패배자 느낌이 들게 만든다는 것을 나도 익히 경험해 봐서 잘 알고 있다. 성적이 우수하지 않다는 것이, 그게 왜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된 단 말인가? 


나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들이고 우리 학생들은 지금부터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라는 것 밖에는 차이가 없다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고는 한다.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다. 결코 늦지 않았다. ‘내가 지금 어디에 속해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내가 지금 어떻게 하느냐’이다. 


3년제 전문 학사를 졸업한 후, 전공심화과정을 거치고, 대학원에 입학하고 졸업 후 정부기관에서 당당히 근무하는 모습을 보면 내 온몸에서 짜릿한 쾌감이 몰려온다. 꼭 대학원을 졸업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학사를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도 전문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학생들도 많이 있다. 나도 전문대학을 졸업했지만, 좋은 대학의 졸업생들보다도 더 좋은 성과를 낼 때가 오히려 더 많았다. 


나는 학생들이 달라지는 모습 즉,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교수로서의 참 보람을 느낀다.

내가 하기 싫은 수많은 일들도 인내하면서 계속 이 자리에서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랑하는 우리 학생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사회에 나가서도 지금처럼 본인 자신을 믿고, 열심히, 그리고 당당하게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저력을 세상에 보여주세요.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여러분을 항상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힘이 들 때나,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면, 아니면 제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저는 항상 여기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시 한번 졸업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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