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을 Jun 22. 2023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우리 아이는 

‘적응장애’ 증상이 나타난 

작년부터 지금까지 일 년이 넘도록

정신의학과에서 상담과 함께 약물치료도 받고 있고, 

매주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 센터에서 심리 상담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황장애와 우울증 증상이 

올해 초 다시 심각해졌다. 

 

아이도, 그리고 나도

건강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기에,

이런 상황이 매우 당황스러웠고, 혼란스럽기만 했다. 

 

여기서 도대체 무엇을? 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몰라

깊은 고민과 근심에 빠져 있을 때

수녀님께서 ‘인형 치료’를 받아보자고 말씀하셨다. 

 

지금의 상황에서 

상담치료를 하나 더 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처음에 사실 나는 ‘인형 치료’에 대해서 매우 회의적이었다.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집에서 꽤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하겠다고 했다. 

 

나의 생각과는 달리 ‘인형 치료’의 효과는 상당히 컸다. 

 

수많은 인형들 중에서 본인이라고 생각되는 것으로

아이가 ‘애벌레’를 선택했다고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하고 돌았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공주님으로 정말 귀하게 옥이야 금이야 키웠건만, 

스스로를 애벌레라고 생각하다니,,,,정말 충격적이었다. 

  

나는 지금껏 우리 가족 모두는 같은 사람. 

만약 동물이라면 같은 동물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의 이 생각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다. 

 

그동안 애벌레가 정말 힘들었겠구나. 

이제야 아이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동물이나 사람이 보기에는

애벌레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현재 애벌레는 애벌레로서 최선을 다해서 움직이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결국에는 아름다운 나비가 될 거라는 거 이제는 믿고 기다려 주기로 했다. 

 

‘인형 치료’는 아이 뿐만 아니라, 우리 부부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이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와 가족관계에 대해서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주었다. 

다른 점을 인정하고, 그 존재, 그 자체로 바라봐 주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현재까지 총 3번의 치료를 받았으며, 이번 주 일요일에도 또 간다. 

다녀올 때마다 아이가 달라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조금 더 밝아지고, 조금 더 힘이 생기는 것이 느껴진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소아청소년과 지나영 교수는 

아이는 잘 키우려고 낳는 게 아니다. 그냥 사랑하려고 낳는 거다. 

아이들에게 꼭 해줘야 하는 말로는 ‘그 모습 자체로 사랑해, 그 자체로 가치 있다’는 말이라고 했다. 


아이야~

있는 그 자체로 이해해 주고 사랑해 주지 못해 엄마가 정말 미안해. 

 

나의 ‘habit tracker’에 다음과 같이 항목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아이 그 자체로 사랑하고, 인정하고 지켜봐 주기 

 

오늘도 다짐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전세살이의 서러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