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입원 중인 중학교 1학년 아들이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엄마, 실험이 끝난 동물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다시 살 수 있도록 고쳐 주나요?’
‘아니, 실험의 마지막은 보통 부검이야. 모든 장기를 떼어서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서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다시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
‘정말 잔인하네요. 동물실험 하는 사람들은 정말 나빠요’
그래 맞다. 잔인한 거. 그리고 나쁜 것도...다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아이 말에 나도 모르게 발끈해 버리고 말았다.
‘너 고기 좋아하지? 그럼 그로 인해 희생되는 닭, 돼지, 그리고 소에 대해서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어? 고기를 먹는 우리 모두의 잘못인 거지, 그 동물을 도축하는 사람이 나쁘다거나 잔인하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동물실험을 하는 사람들만 잔인하고 나쁘다고 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야. 네가 지금 수술 후 맞고 있는 그 항생제와 진통제, 그리고 수술까지도 모두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것은 단 한 가지도 없어. 동물실험 결과로 얻은 혜택은 모두 다 누리면서 입으로만, 나는 동물실험을 반대한다. 이렇게 말하면 절대 안 되는 거야.’
아이는 내 말을 가만히 듣더니,
진짜로 내 말에 동의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엄마가 발끈해서 그저 동의하는 척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그러네요. 엄마 말이 맞아요. 제가 미처 그 생각을 못 했네요. 죄송해요.’라고 말했다.
아이는 병원에 입원해서, 수술도 받고, 주사도 맞으면서, 갑자기 실험동물 생각이 난 것 같았다.
본인은 아파서, 다시 건강해지기 위해 받는 수술과 주사인데도 이렇게 힘든데, 실험동물들은 얼마나 무섭고 아플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본인이 받고 있는 모든 치료 과정이 실험동물의 희생으로 얻은 혜택이라는 사실과,
실험동물은 동물실험이 끝나면 모두 죽는다는 나의 말로 인해,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아이에게 화낼 일도, 아이에게까지 죄책감을 느끼게 할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내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웠다. 그리고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아들, 미안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