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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Nov 17. 2022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부터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제도가 도입되어 운영됨으로 인해, 동물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동물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시행 초기에는 동물실험을 진행하기 전에만 실시하는 서면 중심의 평가였다. 그러다 보니, 계획서에는 비교적 쉽게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실험 방법이나 인도적 종료 시점 기준 등으로 작성을 하고, 승인을 받은 후에는 그와는 조금 다르게 실험을 진행하거나, 인도적 종료 시점 기준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의 일들도 비일비재하였다.

현재는 승인받은 동물실험계획서 내용으로 실제로 실험을 적절하게 진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PAM(승인 후 점검, Post-Approval Monitoring)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보다 윤리적이면서 과학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 기관에 따라서는 이와 함께 ‘중간보고서’, ‘종료보고서’도 제출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PAM 제도 외에도 실험동물연구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실험동물기술원과 실험동물 전문 수의사들도 동물들의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는 등 감시자 역할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동물실험에 대한 전 과정을 감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마우스 채혈 시 일주일에 한번 200~300μl 채혈하겠다고 작성하여 승인을 받은 후, 실제로 실험할 때는 500μl 이상을 채혈 하는 연구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연구자가 실험을 할 때마다 바로 옆에서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는 이런 부분까지는 절대로 발견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동물실험계획서에는 작성되지 않는 부분들도 많이 있다. 케이지에서 동물을 꺼내는 방법, 동물을 보정하는 방법, 약물투여 후 케이지에 다시 동물을 넣는 방법, 실험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소음이나 동물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방법 및 노력 등이 이에 해당된다. 동물을 케이지에서 꺼낼 때부터 조심히 다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압박하며 보정 하는 사람들도 있다. 동물실험 과정을 생명을 다룬 다는 생각 없이 그저 일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의 경우, 본인 업무인 약물투여가 끝남과 동시에 케이지 안에 마우스를 집어 던지듯 넣는 경우들도 나는 무수히 많이 목격하였다. 동물실험을 하는 연구원들의 ‘실험동물 복지’에 대한 윤리 의식 수준에 따라 실험동물들이 느끼는 고통의 정도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뛰어난 실험동물의 복지가 반영된 법안이 만들어 진다고 해도 이러한 부분까지 감시 및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오롯이 연구원들의 개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 밖에는 없다. 그래서 나는 동물실험을 하는 연구원들의 실험동물 복지에 대한 윤리 의식 수준이 법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물실험은 정말로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또 한 번 강조하는 바이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서도 동물실험 연구원들의 실험동물 복지 및 윤리 수준을 향상 시키기 위해서 동물실험 연구원을 대상으로 실험동물의 복지, 실험동물의 윤리적 취급 방법 등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된 ‘입문교육’을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기관들이 있다. 이 기관에서 동물실험 계획서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입문교육을 꼭 이수해야만 하며, 입문교육을 받은 후 시간이 지나면 교육내용의 일부를 잊거나 동물복지에 대한 윤리 의식이 무뎌질 수도 있으므로 2년에서 3년에 한 번씩 재교육을 받도록 운영하고 있다. 역시나 이번에도 실험동물의 복지를 실천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교육인 것이다. (나는 이전 글에서도 동물복지 관련 범국민적 교육만이 결과적으로 유기동물 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었다)


「동물보호법」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와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의 실험동물윤리위원회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여러 번의 개정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지금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한계 및 많은 문제점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는지 나조차도 잘 알고 있고, 그들의 의견에 거의 대부분은 동감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가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없었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많은 변화를 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실험동물의 복지’가 전혀 없던 시절 이었다면, 지금은 기초 단계를 지나서 중급단계로 가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이 정도 속도라면, 더 이상 ‘동물실험을 하는 사람들의 천국’이 아닌 ‘실험동물 복지가 잘 반영되고 운영되는 나라’가 되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 싶다. 더 나아가서 가장 적은 동물실험으로 최고의 과학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나라, 또 더 나아가서 동물실험 없이도 과학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나라가 되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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