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가영 Mar 12. 2022

밀린 뉴스레터와 이슬아

길 위에서 쓰는 글 6

- 출발: 우리집
- 도착: 한남동 새마을금고 정류장

발빠르게 재미나보이는 뉴스레터를 구독한다. 구독 세상이 거의 시작할 때부터 그랬다. 몇 개는 큰 마음 먹고 구독을 해지했고, 또 몇 개는 언젠가는 꼭 읽을거야 나에게 도움이 될테니까 싶어 남겨두었고, 또 몇 개는 바쁜 틈을 쪼개 틈틈 읽는다. 

남은 시간과 마음이 꽤 넉넉할 때는 시사 뉴스레터를 읽는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었는지 뒤늦게 따라가는 방식이다. 결국 시사 뉴스레터는 신문의 범주에 속한다. 내가 전자신문을 읽는 방식은 신문의 첫 자를 장식하는 ‘새로움’이라는 단어와는 조금 반대다. 세상 기준에서는 이미 ‘구문’이 되어버린 이야기들도 내 입장에서는 퍽 ‘신문’이므로 아무렴 어때 하고 넘긴다. 

특히 이슬아의 뉴스레터는 여가가 없더라도 꼭 챙겨 읽는 소식지(?)다. 공짜가 아니고 (한 달에 만 원이다.) 읽고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 2020년인가, 19년인가. 처음 일간 이슬아를 구독했을 때부터 꾸준히 구독하고 있다. 그래, 하루에 이만큼 글도 안 읽으면 어떡해-하는 마음으로 구독을 이어오고 있다. 메일을 구분해놓는 나만의 카테고리에 (이슬아)도 있다.

최근 이슬아는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했다. 제목은 『가녀장이 말했다 That’s what she said』. 드라마-라는 카테고리 밑에 들어가있다. 배경은 낮잠 출판사다. 이슬아가 현실에서 운영하는 헤엄 출판사와 비슷한듯 다를 것 같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현실이 아닌지 조금은 궁금하지만 역시나 아무렴 어때 하고 그냥 읽는다. 

몇 주연은 고정이고, 때때로 새로운 등장인물이 특별 출연한다. 상하편으로 나누어진 글 말고는 대부분 한 편이 완결된 하나의 이야기다. 마치 시트콤처럼. 그럼에도 다음 편이 궁금하다. 등장인물들이 다음에는 또 어떤 말들을 할지, 동시에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알고 싶어서다. 이 궁금함 덕분에 요즘은 밀린 뉴스레터가 제법 적다. 

낮잠 출판사의 일터에서는 중년 남성의 등산타령같은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가부장, 가모장도 아닌 가녀장의 규율이 스며든 곳이기 때문일까. 가끔 통쾌하고 또 가끔 부럽기도 하다. 

가녀장의 세상이 부럽기도 하고, 이슬아의 문장이 부럽기도 하다. 나도 이렇게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래도 매일 마감을 지킬 자신이 없어 이슬아의 담백한 문장을 부러워만 하기로 한다. 

이슬아의 새 시리즈는 주말에 쉬는 주간 드라마다. 아주 약간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하세요! 도움, 도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