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태경 Dec 14. 2023

지금은 소화 중

막혔다.

명치끝에 단단히 막혀버렸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본 것들을 생각의 위장을 통해 삭혀, 쓸모없는 잡생각들을 내보내야 한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원활하게 흐름으로,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며 성장할 수 있다.

흐르지 못하고 머무르면 탈이 난다. 맑고 깨끗한 물도 흐르지 못하고 막혀있으면 섞는다.

선형적으로 막힘없이 흘러야 탈이 없다.

사소로운 소화불량을 대수롭지 않게 방치하면, 궤양이 되고, 암으로 종말을 맞게 된다.

아둔한 게 사람.

분명 탈이 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날아오는 화살을 빤히 보고만 있다.


빨간 불이 들어왔다. 버튼을 눌러 정지시켜야 한다.

끝 간 데 없이 진격하는 생각의 끈을 끊어야 한다. 컨트롤할 수 없다면 말이다.

시간이 초과되어 과부하가 걸리면, 이 버튼도 효과가 없다.

대부분 잡생각의 끝은 자학으로 시작해서 일상을 피폐하게 만든다.


잡생각을 소화시키기 위한 하루 일과다

눈뜨면 화장실 가서 물로 눈을 부셔내고, 맑은 눈으로 나에게 웃어준다.(‘웃는 ㅇㅇ이가 젤루 이쁘다.’ 욕실에 써놓은 문장이다)

읽기(‘나는 뻔뻔하게 살기로 했다’ 요즘 읽는 책이다)

새로운 앱 공부하기(그리기 앱을 구매해서 열심히 손과 머리를 굴린다)

혼자서도 외로워하지 않기(극뽁~~~하자)

걷기, 수영하기(뭐든 운동이라는 허울을 씌워 조금이라도 움직이기)

베이스기타 연습하기(진전 없는 기타 연습은 잠시 접어두고, 몸담고 있는 밴드 공연일정이 잡혀있어서 울며 겨자 먹기 베이스기타 연습을 해야 한다)

프리랜서는 반백수 (감사하게도 조형물작업이 들어왔으니 상황이 어찌 되었든 끌고 가야 한다ㅜㅜ)


막상 눈을 뜨면 암것두 하기가 싫다.


나를 이 상황까지 끌고 온 그?을 찾아가 돌이라도 던지고 올까?

아는 욕이란 욕을 다 끌어다 목이 쉬어터지게 질러라도 줄까?

이도 저도 할 수 없으니, 저주라도 퍼부어 줄까?


그렇게 한들 달라질 게 없고, 그것밖에 안 되는 나 때문에 슬프겠지.


비 오는 거리를 걷는다.

목구멍 찌리하고 내장이 얼얼하게 얼큰한 칼국수 한 그릇을 비웠다. 어거지로 먹자 했는데 그래도 좋아하는 거라 먹어진다.

먹었더니 기운이 난다.

그리고는 제일 가까운 카페문을 밀고 들어간다.

읽기에 돌입 할 예정이다.


지금은 소화~~~~~~~~~중




작가의 이전글 빈 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