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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태경 Jan 10. 2024

남은 한 개가 내게 건네는 것은

지난가을 음악실 지인이 본가에서 따왔다며 나눠준 대봉.

한 알 한 알 광나게^^ 닦아서 신줏단지 모시듯, 해 잘 드는 베란다 창가에 모셔놨더랬다.

이제야 알맞게 달큰해져, 다람쥐 알 밤 빼먹듯 먹다 보니 두 개 남았다.

오늘 한 개를 먹었으니 이제 남은 건

하나.


홍시만 보면

시골 외가댁이 떠오른다.

외할배가 길다란 대나무 장대를 가지고 빨간 홍시를 따주시면, 나무 아래서 받아 들어 선채로 터질세라 감싸 쥐고

쪽~

후르릅~~

그립다.

그 홍시도, 외할배도.

어느덧 그때의 할배 나이가 되어버렸다.


내일 여행을 떠난다.

잠시? 오래? 동안

홀로 배낭 메고 떠나는 여행이다.

걸림돌은 많다.

오늘의 내디딤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바라며, 필시 달큰할 홍시 한 알을 남겨둔다.

돌아오면 여행의 달콤함을 추억하며 먹어야지.

그때까지 이 집은 네가 지키는 거다.


남는 한 방울까지 닥닥~ 긁어서 먹는다.

힘이 난다.

나아갈 용기도 함께…


책상앞에 적어놓고 주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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