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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태경 Jan 20. 2024

돈이 있으면 좋겠다ㅎ

20일. 아침 9시 10분 도토루카페 ROX점에서

아침부터 흐리다. 저녁에 비예보도 있으니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먹고 싶은 건 아메리카노지만 위가 안 좋으니 카페라테(더 안 좋을 수 있다는데, 그나마 이걸 먹으면 덜 쓰린다)로 위안을 삼는다.


내일은 종일 비가 내린다 하니, 아이패드와 책을 들고 나와, 스미다강 쪽으로 산책을 나가 평이 좋은 찜해놓은 키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실 예정이다.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은 접고 살았다. 지금 상황에서 더나빠지지만 않으면 된다 하였다.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은 돈이 좀 있었음 좋겠다.

비싼 비행기좌석, 좋은 호텔, 호사스러운 맛집과 사고 싶은걸 덜 고민하고 살 수 있으면 좋겠지.

씻고, 잠잘 수 있으면 될 것이고, 곳곳에 편의점(한국이나 일본은 많지만, 아닌 나라도 있겠지)인스턴트 먹거리도 훌륭하다. 여기 와서 편의점 유부초밥에 빠졌음. (살아 살아 내 살들아~ 눈코입만 묻히지 않게 해 다오) 

여행 가서는 아무거나 잘 먹는 것도 복이다 싶다.

한 끼는 현지 맛집에서 미각을 깨워주는 맛여행도 즐긴다.

동네 골목골목 현지냄새 맡으며 쏘다니기.

동네슈퍼에 들려 현지인놀이하기.

허름한 노포에서 입담 좋은 옆자리 술동무를 만나서 파파고를 돌려가며 주제도, 멕도 없는 대화를 바디랭귀지 섞어가며 수다 떨며 한 잔 하기.

미술관ㆍ박물관ㆍ시장 가보기.

이렇게 카페에 앉아서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 구경하기.

주위의 소음도 신선하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다 보니 알아듣지도 못하는 언어들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ㅋ누가 한글 자막만 넣어주면 좋겠다 싶음.

꼭 가봐야 하는 여행지도 있지만, 오늘처럼 아침에 눈을 떠서 창밖 하늘을 체크하고, 맵을 돌려 10.000보 정도로 교통수단 이용하지 않을 수 있는 동선의 산책코스를 정해서, 가볍게 배낭 메고 길을 나서기.

소소한 풍요로움이 맘을 살찌운다.

내가 살던 곳을 잠시 떠나, 다른 곳으로의 여행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그러니 돈이 필요하다.

젊다면 경비를 벌어가며 하는 여행을 하겠지만, 돌아다니기만 해도 저녁에 파죽이 되니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ㅜㅜ


일하고도 제대로 돈을 받지 못하는 비영업적 프리랜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걸로 위안을 삼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욕심껏 악다구니라도 써가면서 수금을 할걸. 미련이 남는다.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내가 했던 작업들까지 싸잡혀 묻혀버리게 되니까.

살면서 돈이 따르지 않았으나, 찢어지게 궁핍하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아이들 다 키워놓고 발목 잡을 것도 줄어든 지금.

다른 조건들은 여행하며 살기 딱 좋으니, 금전적 여유만 있음 좋은데, 주식이나 투자도 젬병이고 일만 할 줄 아는 일바보.


인간사 또 모르지.

내게 돈이 들어오는 일이 생길지도...

ㅎ실실 웃음이 나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오늘을 즐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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