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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태경 Jan 25. 2024

다 마셔버리기 아까운 커피처럼

2024년1월25일  키치조지역앞 카페.

들고 왔던 영양제가 얼마 남지 않은걸 보면, 이번 여행도 슬슬 끝나가나 보다.


11일부터 시작된 일정.

벌써 15일째다.


14층 창문으로부터 하루가 시작되었다.

하늘빛처럼 파랗고 빛나는 시간들.


떠지지 않는 눈을 뻐끔거리며, 굼벵이처럼 꼼지락꼼지락 침대 끝으로 굴러 팔을 뻗어 커튼을 밀쳐낸다.


여행의 피로감에 지쳐있어도, 매일 아침햇살이 도시를 밝히며 설렘과 함께 찾아와, 나를 침대에서 일으켜줬다.


매일매일의 아침을 건네주는 하늘은

내겐 선물 같았다.


오늘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쪼개 쓰고 싶어서 일찍 나왔다.

9시 즈음의 키치조지의 소품샵거리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그나마 역 근처라 일찍 문을 연 엑셀시오카페.

어느 지점이던지 이 곳의 카페라떼는 무난하게 맛이 좋다.

풍성한 우유거품이, 겨울 한기와 들뜬 마음을 편안하게 데펴준다.

지난달에 딸아이가 선물해 줬던 그로밋키링.

욘석이 이번여행 내내 파트너가 되어주었다.

짜슥, 나처럼 출세했구먼~ 뱅기타고 물 건너 여행을 하고.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다들 바삐 걸어간다.

나도 며칠 뒤면, 익숙한 동네를 걷고 있겠지.

생각만 해도 편안해진다.

그럼에도 얼마 남지 않은 여행은 아쉽다.

혼자라 다들 걱정했지만, 그래도 좋다.

언어도 안 통하고, 빠릿빠릿하게 체력 좋은 젊은이도 아니었기에 다소 불편한 점들이 없지 않았다.

그들이라고 불편한 것들이 없을까나.

이래저래 생각하면 홀로 여행이 주는 여유와 행복은 크다.


풍성한 하트모양이 쉽게 꺼지지 않는 카페라떼.

얼마 남지 않았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야 하는 내 맘 같다.




식어버린 커피를 마저 마신다.


오늘만 살 것처럼, 즐겨보자구.


Love fool- Barbra Lica

https://youtu.be/Qsveg6L_BvU?si=mc2CIhlaA7dDP_3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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