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가 된다는 것은

고령 직전 여성의 자연임신 도전기

by cheers 헤나


엄마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는 남들이 결혼적령기라 부르는 나이까지 결혼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나를 닮은 내 아이를 보는 일에는 관심이 있었다. 그런 말을 하면 꼭 나오는 말이 사유리인데 비혼출산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고 단지 언젠가는 결혼해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라는 막역한 생각이었다.


그러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만난 지 약 8개월 만에 프러포즈를 받은 일을 계기로 당시의 계획에 전혀 없던 결혼이라는 걸 하여 현재는 어느덧 결혼 3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초반에는 신혼을 즐기자 주의로 열심히 즐긴 우리. 2년이 넘어가니 슬슬 넥스트 스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왕 할 거면 의학적 고령 나이를 넘기기 전에 임신을 하고 싶었고, 그동안 큰 숙제였던 이사 문제를 해결한 직후였던 터라 새해부터는 계획 임신을 한번 해보기로 결심했다.


솔직히 나는 피임을 하지 않으면 바로 임신이 되는 건 줄 알았다. 나는 그럴 것만 같았다. 배란일 계산이니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냥 어플에서 알려주는 날짜에 피임 없이 관계를 하면 되는 건 줄 알았다. 돌이켜보면 이렇게 무지할 수가 있나 싶다. 사실상 어플은 나의 주기 계산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었고 어지간한 운빨이 아니고선 성공할 수 없는 확률이었다. 오히려 한 번에 되는 게 이상한 일일 테지만 임테기의 단호한 1줄을 확인하는 순간.. 나 왜 서운한데? 그리고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사실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야속한 시간은 하루하루 나의 젊음을 앗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때부터 종일 폭풍검색 시작. 내게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었던 임신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심각한 수준의 초저출산 사회라고 하지만 수많은 예비맘을 포함한 맘들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임신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베테기(베란테스트기)를 활용해서 확률을 높이고 임신 준비에 필수라는 엽산, 비타민D 등등 미리 챙겨 먹어야 할 것도 많았다. 아무튼 무지했던 나를 탓하며 영양제와 베테기를 주문하고 다음 주기를 기다렸다.


어플에서 배란기 시기가 다가오면 배란일 테스트를 통해서 더 정확한 배란기를 알 수 있다. 요즘에는 어플 연동 시스템도 잘 되어있어 정해진 시간에 테스트를 하고 어플에 기록을 하면 된다. 이론상으로는 수치가 가장 피크를 찍었을 때 임신확률이 가장 높다고 해서 피크를 찍은 날 관계를 가졌다. 이번엔 확률이 훨씬 높아졌겠지? 좀 더 기대를 하고 임테기를 확인하는데 이럴 수가. 또 단호박이라고?

아. 이제 슬슬 기대를 놓아야 힘들지 않겠구나. 오빠. 우리 장기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남편은 벌써부터 그렇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이제 시도를 시작했는데 어떻게 바로 결과가 나오겠냐. 하고 나를 다독여 주었지만 남 얘기처럼만 듣던 난임, 시험관 등등이 남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배테기를 했음에도 한 줄이 떴기에 또다시 폭풍검색한 결과, 모두가 하나같이 하는 말은 '질보다 양'. 그러니까 피크인 하루이틀이 아니라 앞뒤 며칠을 내내 횟수를 늘리면 확실히 확률이 올라가더라는 이야기였다.


그래, 이번엔 매일 해보자!라고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이 시도는 관계를 사람들이 왜 '숙제'라고 부르는지. 마치 기계가 된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 몸소 와닿았다. 그전까진 숙제라니.. 참 씁쓸한 이야기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의무감을 가져야만 하는 관계를 경험해 보기 전까지 모른다. 우리는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평일에는 쉬어가는 게 나름의 루틴이었는데 둘 다 일에 지친 컨디션으로 시도하려니 숙제같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부담감은 관계의 퀄리티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렇게 힘들 일이라니... 결국 매일을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어찌저찌 미션을 완료하긴 했으나 계속해서 이렇게 가다가는 이 과정이 정말로 힘겨워질 것만 같았다. 마음을 내려놓고 기간을 정해 6개월 이후에도 소식이 없으면 병원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기다림의 시간..


아마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시기에는 괜히 몸의 작은 변화도 예민하게 받아들여져 증상놀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실제로 경험을 한다. 지난번에도 증상놀이를 분명한 것 같은데 단호박을 확인했던 터라 무시하고 넘기려 했으나 이번엔 뭔가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착상통, 콕콕, 으슬으슬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인한 임테기는 또다시 단호박이었다. 이번엔 부러 큰 기대도 안 했다. 이제 진짜 맘 비운다! 하고 맥주나 실컷 마셔버렸다.


그런데 며칠 후.. 뭔가 자꾸 몸이 으슬하고 예민하고 아랫배 콕콕 현상이 이어지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맘에 임테기 오차율을 검색하다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지금까지 얼리임테기 확인 시기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 4-5일이라고 적혀있어 관계 후 4-5 일인 줄 알았더니, 생리 예정일 4-5일 이전이란다. 즉, 관계 후 최소 일주일 이후는 되어서 확인을 해야 한다는 소리다. 나의 무지함에 대한 탄식과 동시에 아직 남은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 설레기도 했다. 그렇게 이틀 후 다시 임테기를 앞에 둔 우리. 기대하지 말자, 아니겠지, 아닐 거 같애.. 를 괜스레 되뇌며 임테기를 뒤집는데, 어..?


그동안 봐왔던 단호박과는 다르다. 보일락 말락, 내 눈에만 보이나 싶은 희미한 선 하나 더. 다행히 남편도 보인다고 하니 내 눈에만 보이는 선은 아닐 터, 이게 말로만 듣던 매직 아이? 막상 기라고 하니 기쁘기보다는 어안이 벙벙했다. 맥주 마셨는데 어떡하지?? (모르고 마신건 애기가 봐준답니다ㅎㅎ)

임신이 맞다면 이틀 간격으로 수치가 튀어 오른다고 하니 들뜨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틀 뒤. 눈 뜨자마자 확인한 임테기는 분명히 더 진해져 있었다. 그렇게 오만상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빠른 시일 내에 축복이 찾아와 주었다.


반가워, 환영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