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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처음이라서요.

초보 임산부의 임신 일기. 3-5 weeks

by cheers 헤나


내가 임산부라니.

아무것도 모르는데 뭐부터 해야 하지? 막상 임신이 되었다고 하니 막역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진즉에 엄마가 된 친구에게 슬쩍 말했더니 다 할 수 있단다. 자기가 했는데 네가 못하겠냐며. 별거 아닌 말 같지만 위로가 된다. 맞아. 이 세상 모든 엄마들도 엄마가 되기 전까진 엄마가 처음인 한 여자들이었을 것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 대해서 무지한 것은 당연하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공부해 가면 될 일이다.


이런 게 태몽인가요?

임신을 알게 되고 얼마 안 되어 꿈을 꾸었다.

새하얀 몸에 화려한 금장 장신구를 두른 라마 한 마리가 우리 집에 들어왔다. 눈망울이 커다랗고 말똥한 것이 고놈 참 이쁘게 생겼다 생각했다. 그러고 깨어났는데 엥.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태몽인가.

근데 무슨 사슴도 아니고 라마인지 알파칸지 같은 것(?)이 나왔을꼬..

조금 당혹스럽긴 했지만 검색해 보니 확실히 알파카는 아니고 라마다. 그리고 라마는 길조로 여겨지는 동물이라고 한다. 평소에 근거 없는 유사과학 같은 건 믿지 않는 성격이지만 괜히 기분이 몽글몽글하다.


라마.jpg 딱 요런 느낌에 얼굴과 몸에는 화려한 장신구를 짤랑이며 내게 다가오던 라마 한 마리.




임신 5 WEEKS. 엄마는 처음이라..

임테기의 매직아이는 이틀 간격으로 진해지기 시작하더니 며칠 후에는 대조선(C)의 색깔을 완전히 역전했고, 그즈음 병원에 방문했다. 너무 일찍 가면 초음파로 볼 수 없다고 해서 조금 시간을 두고 병원에 갔다. 질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고, 그날 나는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다는 아기집과 그 안의 가락지 모양을 한 난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임테기 2줄이 나오더라도 이 과정에서 아기집이 안보이거나, 아기집이 있어도 난황이 안 보일 확률이 높다고 해서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고 있었는지 "정상입니다~"라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주룩 흘렀다. 아마도 안도의 눈물이었지 싶다.


그런데 신경 쓰이는 소견이 있었다. 자궁 내 피고임이 있다고 했다. 보통은 자연흡수 되는 경우가 많지만 격한 활동을 줄이고 안정을 취하라고 하셨다. 자꾸만 불안한 감정이 들었지만 정신건강에 안 좋을 것 같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실제로 초기임산부 20-30% 겪는 일이라고 한다. 나름 규칙적으로 해오던 웨이트 강도를 확 줄이고 잘 먹고 잘 잤다.


그리고 새로 알게 된 신기한 사실. 임신 주기를 셀 때 수정과 동시에 1주 차가 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임신주차를 계산하는 기준은 마지막 생리일을 기준으로 1주 차가 된다. (나라마다 기준이 조금씩 상이하다.) 즉, 마지막 생리 시작일에는 아직 수정도 되기 전임에도 1주 차로 계산이 되고, 열심히 try try 해야 하는 배란기가 2주 차, 그리고 실제 수정이 일어나는 기간이 3주 차가 되는 거다. 즉, 임신 테스트기로 양성임을 알 수 있는 시기에는 이미 4-5주 차가 되는 것이다. 왜 이렇게 어렵고 헷갈리게 계산이 되는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합니다. 그렇게 얼떨결에 5주 차 임산부가 되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배가 자주, 그리고 빨리 고파서 회사에서 시도 때도 없이 아 배고파, 저 배고파요.. 노래를 부르고 다녔더랬다. 임신의 영향이었을까? 전보다 먹는 양이 확실히 늘었다. 이맘때쯤부터 입덧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입덧의 기미는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너무 잘 먹었다. 나는 입덧 같은거 안 하는 거 아냐??라는 오만한 말을 내뱉기 무섭게 그다음 주부터 지옥이 펼쳐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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