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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임산부의 충격적인 신체적 변화들

그럼에도 한 번은 해볼 만한 걸로..

by cheers 헤나

임산부가 되어보기 전엔 절대 알 수 없는 임산부의 충격적인 신체 변화들에 대한 기록.

사실 임신에 따른 신체적 변화는 사바사, 몸바몸이기 때문에 체질에 따라 천차만별이므로 참고만 하도록 하자. 그래도 미리 알고 겪는 것이 덜 혼란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에..

또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나중에 새카맣게 잊고 혹여나 둘째를 생각할지도 모를 미래의 나에게 보여줄 글이기도 하다. (ㅎㅎㅎ)



1. 색소 침착

임신 중에는 멜라닌 세포 자극 호르몬의 증가하여 멜라닌 색소 생성이 활발해진다. 이로 인해 임신선, 겨드랑이, 목 주변, 기미, 사타구니, 유륜 주변(feat.빅파이..) 등에 검게 색소침착이 일어난다. 나의 경우 임신 초기부터 임신선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날이 갈수록 진해졌다. 그리고 중기로 가자 살이 접히는 거의 모든 부분이 색소침착이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겨드랑이에 때가 낀 줄 알고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거울을 볼 때마다 참 적응이 안 되긴 하지만 다행히 색소 침착은 출산 후에 돌아온다고 하는데 돌아오는 시간이 사람마다 다르다고 한다.


2. 입덧 (or 먹덧, 토덧, 양치덧, N덧...)

일단 임산부가 되면 초기부터 냄새에 아주 예민해지게 되면서 입맛이 변하기 시작한다.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냄새에 구역질이 나기도 하고 평소에 입도 안 대던 음식이 마구마구 당기기도 한다. 시기는 정말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5-6주 차에 시작되어 14~16주까지 지속되다가 사라진다. 나의 경우도 그랬는데 나는 먹덧에 당첨되었다. 먹덧이 그저 많이 먹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먹덧은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안 먹으면 죽겠는 게 먹덧이다. 공복을 견딜 수 없고 조금이라도 속이 비면 속이 울렁거리고 메스꺼워 먹기 싫어도 음식을 쑤셔 넣어야 한다. 그랬는데 또 음식이 속에서 안 받아주면 먹은걸 다 게워내고, 그럼 또 속이 비어서 또 먹어야 괜찮아진다. 거의 음식 고문이 따로 없다. 게다가 양치덧까지 당첨되어 양치질을 할 때마다 변기통을 잡아야 했던... 희한하게 먹덧이 많이 완화되어 갈 때도 양치덧은 유난히 오래갔던 것 같다. 쉬지 않고 음식을 넣어대니 살은 살대로 무섭게 찌기 시작했다. 2주에 4kg씩 불어나더니 결국 만삭인 지금 무려 +20kg 를 겟하게 되었다.(평균 15kg 증가가 건강한 수치이다.) 아하하하하..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3. 피지분비 증가, 각종 각질

호르몬 안드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증가하게 되면서 피지분비로 인한 비듬, 피부 각질이 많아진다. 갑작스럽게 생겨난 두피 각질로 인해 거울을 볼 때마다 얼마나 신경이 쓰이던지. 피부에서도 팔부터 가슴등 전혀 각질이 없던 부위에서 각질이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해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이 현상은 한 1-2주 지속되다 사라졌다.


4. 빈뇨와 야간뇨

임신 중 빈뇨는 임신으로 인해 자궁이 커지면서 방광을 압박하여 소변이 조금만 차도 자주 소변감을 느끼게 되는 현상이다. 나는 원래도 화장실을 자주 가는 사람인데 거의 임신 기간 내내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특히 자는 도중에 깨서 소변을 보게 되는데 수면의 질을 확 떨어뜨리는 게 가장 힘들었다.


5. 체모 증가

여성 호르몬으로 인해 체모가 전체적으로 많아지고 굵어진다. 머리숱도 많아지게 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많아지기보다는 원래 빠져야 할 체모들이 덜 빠지게 되면서 많아진 것처럼 보이게 된다. 원래 머리숱이 풍성하지 않던 나에게는 반가운 일이긴 했는데 이대로 많아지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으랴.. 출산 후 몇 개월 간 그동안 빠지지 않았던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진다고 한다. 우수수 빠지면서 새로운 머리가 잔디처럼 돋아나며 본래의 패턴을 찾아간다. 이때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면 실제 탈모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하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원래 그런 거라 생각하고 그러려니 받아들이도록 하자. (과연 그러려니 받아들일 수 있을까..)


6. 뼈, 관절 약화

출산이 가까워질수록 몸에서 출산준비를 하기 위해 골반을 벌여주게 하는 릴렉신이라는 호르몬이 나와 뼈마디가 벌어진다고 한다. 이게 골반에만 해당되면 좋을 텐데 온몸의 뼈마디가 벌어지는 게 문제다. 게다가 급격한 체중증가로 인해 관절의 부담은 더해지게 되고 골다공증, 관절통증 등으로 나타난다.

보통 임신 후기에 많이들 겪게 되는데 나는 임신 중기인 16-17 주차부터 손목과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안정기인 12주부터는 원래 꾸준히 해왔던 웨이트도 중량을 낮춰 다시 하기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관절통이라니.. 속상했다. 특히 손목통증이 심해져 정형외과를 찾았는데 X-ray 촬영도 불가하고 도수치료를 받아도 딱히 효과가 없더니 며칠 이후 또 괜찮아졌다가 후기에 다시 본격적인 관절통이 진행 중이다.

특히 만삭 때는 허리와 고관절(Y존)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하니 평소에 꾸준히 근력을 기르도록 하자.



7. 소화불량

자궁이 점점 커지면서 위를 식도 쪽으로 밀어내고 장기를 누르기 시작한다. 때문에 딱히 먹은 것에 이상이 없었음에도 속 쓰림, 더부룩함, 헛배부름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임신 초기에는 입덧으로 토를 하면서 속을 버리고, 후기에는 애기가 위장을 누르면서 위액, 신물이 올라와서 속이 쓰리고 식도가 손상된다. 특히 후반기에 속 쓰림이 너무 심해서 결국 제산제를 처방받아서 먹었다. 제산제는 임신에도 복용이 가능하니 너무 힘들 때는 약을 처방받도록 하자.



8. 족저근막염, 부종 저림 증상

임신 후기로 가게 되면서 앞서 말한 릴렉신으로 인한 관절 벌어짐에 더해 무게증가로 인해 발바닥과 발목에 통증이 심해진다. 상하대정맥에 압박이 가해지며 혈액순환과 림프순환이 느려져 몸 내 노폐물 쌓이게 되면서 부종을 유발한다. 임신 후기에는 배가 눌려 옆으로 누워 잘 수밖에 없는데 옆으로 누웠을 때 팔이 눌리게 되면 어김없이 쥐가 나 계속 방향을 바꿔주어야 했다. 특히 자고 일어나면 손발이 눈에 띄게 퉁퉁 붓고 관절을 구부리면 통증이 있다. 이때쯤 되면 이미 반지는 안 들어간 지 오래고 잘 신던 신발들도 모두 작아져 남편 신발이 발에 맞는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9. 기초체온 증가

기초체온이 높아지고 땀샘 기능이 활발해지며 냄새도 심해진다. 나는 원래 추위를 훨씬 많이 타는 사람인데 임신을 하면서 더위를 엄청 타기 시작했다. 특히 에어컨 바람을 잘 쐐지도 못했는데 이번 여름에는 에어컨을 거의 풀가동 시켜놓고 살았다. 원래 남편이 더위를 많이 타서 추위를 많이 타는 나와 맞추기 힘들어했는데 이번에는 내 옆에서 춥다고 할 정도였으니.. 게다가 땀도 거의 안나는 편이었는데 땀이 나면서 냄새는 덤이다. 인생 처음으로 데오드란트를 주문해 보았다고 한다..


10. 질분비물 증가

임신 열 달 동안 생리를 하지 않는 건 너무나도 반가운 일이지만 생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항상 보송(?)하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호르몬 변화로 인한 질 분비물이 증가하기 때문에 생리대까지는 아니더라도 팬티라이너를 안 챙겨 다닐 수 없다.


11. 요실금 (정말 최악)

골반이 벌어지면서 밑 근육과 방광도 이완을 시켜 근육 힘이 약해지며 요실금 증상이 올 수 있다. 특히 후기에는 안그래도 힘이 약해진 상태에서 태아가 클수록 방광을 누른다. 평소엔 괜찮지만 재채기나 박장대소 등 배에 힘이 콱 들어갈 때 소변이 한 방울씩 찔끔... 아, 정말 처음 경험했을 때 느꼈던 현타란.. 이래서 팬티라이너를 필수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요실금은 보통 자연분만 이후 후유증으로 많이 겪는다고 하는데 나는 출산도 하기 전에 겪어버리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꽤나 받았다.


12. 변비 치질 치핵 (너도 최악)

임신 중에는 대장운동이 억제되면서 배변활동이 원활하지 못하다. 그래서 많은 임산부들이 변비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 변비가 심해지면 치질/치핵까지도 번질 수 있다. 다행히 치질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나 또한 심한 변비증상으로 인해 거의 치질 직전의 단계까지 온 것만 같아서 결국 변비약 처방을 받아 도움을 받았다. 치질 또한 자연분만 이후 따라오는 후유증으로 많은 산모들이 겪는 고충이다. 특히 임신 중 철분제 복용이 필수인데 철분제가 변비를 더 유발한다고 한다. 안 그래도 살이 쪄서 힘든데 변비까지 선사하시다니요... 하늘이시여


13. 편평 사마귀, 쥐젖

호르몬으로 인해 편평 사마귀 또는 쥐젖 유발한다고 한다. 주로 목, 유륜, 겨드랑이 주변에 생긴다. 너무 작아서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야 목과 겨드랑이 주변에 뭔가가 만져지는 걸 깨달았는데 불행히도 편평 사마귀와 쥐젖은 없어지지도 않는다고 한다. 너무 작아서 거의 안보이긴 하지만 그냥 없던 게 생긴 것 자체가 신경이 쓰이고 기분이 나쁘다.. 출산하고 한방에 없애버려야지. 다행히 레이저 등으로 쉽게 제거가 가능하다고 한다.


14. 숨 가쁨

임신 초기는 호르몬 영향으로, 후기는 태아가 크면서 숨이 차기 시작한다. 평소엔 날아다닐 거리를 조금만 걸어도 헥헥 거리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임신 후기에는 정자세로 누우면 장기가 눌리면서 숨쉬기가 힘들어 옆으로만 누워 자야 한다. 임신 막달이 되면 태동검사라고 배에 태동검사기를 차고 똑바로 누워서 약 30분간 태동을 재야 하는 검사가 있는데 강제로 정자세로 한 10분 정도 누워있으니 점점 숨쉬기가 힘들어지더니 헛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다. 너무 당황스럽고 놀랐는데 흔히들 보이는 증상이라고 한다. 어떤 산모는 뒤로 넘어가기도 한다고.. 그래서 중간에 결국 자세를 옆으로 돌려서 검사를 했던 경험이 있다.


15. 면역력 저하

면역체계가 태아를 유해요소로 인식하면 안 되니,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산모 면역력은 뚝 떨어진다. 그러나 산모는 함부로 약을 복용할 수 없기 때문에 참아야만 한다. 나는 다행히 열 달 내내 감기라던지 크리티컬 한 이슈는 없었고 무사히 출산을 앞두고 있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내가 겪은 모든 현상들을 가감없이 적어놓고 보니 정말이지 출산이 쉽지 않다는 걸 새삼 느낀다.

신체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는다는 것은 조금 슬픈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이 힘든 걸 해내고 있다는 것. 이래도 하시겠어요? 라고 묻는다면.. 한 번은 해볼 만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겪어보기 전엔 절대 몰랐을 것들이니까. 그리고 곧 세상에 첫발을 내딛을 생명이 이 모든것을 잊게 해주리라 믿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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