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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h Jun 05. 2016

<다르지 않음에 대해>

이제는 익숙해진 낯선 곳에 머무르는 중이다. 처음 이곳의 무지개를 보았을 때 문득 우산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가운 비가 올 거라 생각했는데 이내 더운 바람이 머리칼을 쓰다듬고 지나갔다. 달의 얼굴엔 몇 번의 그늘이 차다 비워졌고 그 날의 달은 우리가 본 마지막이었다. 우리 사이엔 낯선 이름의 병이 놓여 있었고 그는 다르지 않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찰나의 침묵이 흘렀고 이내 맑은 소리와 함께 차고 뜨거운 것이 지나갔다. 오랜 체증이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바깥에 세워두었던 우산의 그림자가 서서히 짧아지기 시작할 때쯤 무지개는 서쪽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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