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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lany Sep 06. 2018

[잡상] 초과 수익률은 공짜가 아닙니다.

 

 오랜만에 가벼운 잡상을 하나 나눠보려고 합니다. 초과 수익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항상 제 글 버릇이 그렇듯 논리의 시작은 주제로 삼은 단어를 곱씹어보면서 시작합니다. '초과 수익률'이란 기본적으로 하위 개념이 필요합니다. 초과의 대상이 되는 '기준'과 초과의 수준을 결정하는 '대상'입니다. 오늘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초과 수익률을 넓게 정의하자면, 무위험 자산에 비해서 위험 자산(대표적으로 주식)에 투자함으로써 거둘 수 있는 초과 수익률을 의미하고, 좁게 정의하자면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것에 비해서 선별적으로 특정한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거둘 수 있는 초과 수익률을 의미합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당연히 초과 수익률도 공짜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조금 다른 이야기로 새보자면, 제가 삶의 신조로 여기는 말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입니다. 정확히는 'There’s no free lunch'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적자를 면치 못 하는 어떤 식당에서 손님에게 술을 마시면 다음날 점심을 공짜로 준다고 말해서 손님이 몰렸지만, 알고 보면 그냥 술값에 점심값이 포함되어 있어, 사실 공짜라고 생각했던 그 점심은 공짜가 아니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제가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을 삶의 신조 중에 하나로 여기는 이유는, 보통 공짜로 보이는 것들은 대놓고 계산서를 들이미는 것들에 비해서 더 비싼 계산서가 보이지 않게 따라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즘 느끼는 바에 따르면, 주식투자나 부동산 투자 등 자산에 대한 투자에 임하는 투자자 분들 중에서 일부가 분명 계산서가 있을 것처럼 보이는 점심을 공짜라고 생각하신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이 나오면 보통 같이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시장은 개인보다 합리적이고, 따라서 시장 가격은 공정 가격이라는 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말에 대해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습니다. 수식어를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서 부정을 할 수도, 긍정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시장 가격은 '항상' 공정 가격이라고 말한다면 부정할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 가격은 '대체로' 공정 가격이라고 말한다면 수긍을 할 것입니다. 이런 논리를 주식시장에서 주가에 대입해보면, 이런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주가는 대체로 공정 가격이다. 따라서 싼 가격은 대체로 싼 이유가 있고, 비싼 가격은 대체로 비싼 이유가 있다.'라는 결론입니다.


 예컨대, 요즘 한참 주가의 상대수익률이 좋은 조선업 주식을 생각해보면 주가가 나름대로 올랐지만, 여전히 대장주인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BPS 대비 70%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싼 가격'입니다. 그런데 이 가격이 정말 비이성적일 정도로 싼 가격일까요? 여기서 중요한 함의가 도출됩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라는 것입니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탄 듯하고자 하는 말이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그렇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현재 주가에서 현대중공업의 주식은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래는 기본적으로 이중성을 갖습니다. 즉, 내가 지금 주식을 살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가 주식을 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식을 파는 사람은 여러 가지 이유로 주식을 팔 수 있지만, 분명 그중 일부는 '현재 가격은 싼 가격이 아니다'라고 판단하여 주식을 판다는 의사결정을 내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똑같은 대상에 대해서, 똑같은 정보를 보면서 다른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고, 판단기준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면 주식을 매수함으로써, 하락 위험을 부담하는 매수 투자자라면, 혹시 청구될지 모르는 계산서의 존재에 대해서 항상 인지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현재 현대중공업 주식을 사는 기본적 분석을 중시하는 투자자라면, 조선산업의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주식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머릿속에 기본적으로 턴어라운드를 하지 못할 위험에 대한 고민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 사상이 More than you know(국문 번역판 : 통섭과 투자)에서 마이클 모부신이 말하는 '기댓값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워런 버핏 옹께서 종종 이야기하시는 "나에게 코카콜라의 시가총액만큼의 돈을 주고, 코카콜라를 이길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보라고 하면 난 그 돈을 돌려줄 것이다'의 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해보자면, 거래는 기본적으로 이중성을 갖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팔기에 내가 살 수 있는 것이고, 누군가가 사기 때문에 내가 팔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팔고, 또 사는 이유는 그 누군가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그 누군가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합리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 이런 논리는 결국 다시 '그래서 그 누군가가 맞을까? 아니면 내가 맞을까?'라는 원점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서 우리는 아직 정답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저 각자의 가정과 논리를 바탕으로 도출한 '예측'이 존재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아주 똑똑한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의사결정을 내린 근거와 논리'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그 근거와 논리가 여전히 유효한지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부지런함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일찍이 벤저민 그레이엄이라는 위대한 투자자가 이런 말을 남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You’re neither right nor wrong because other people agree with you. You’re right because your facts are right and your reasoning is right


 주식을 매수하고, 또 매도하는 투자자는 모두 위험을 부담함으로써 '초과 수익률'이라는 달콤한 결실을 얻고자 합니다. 하지만 '초과 수익률'이라는 달콤한 결실을 얻고자 시도할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위험이라는 계산서를 머릿속에 넣어두어야만 합니다. 보통 계산서를 머리에 넣고, 결실을 쫒는 사람보다 계산서의 존재를 망각하고 결실을 쫒는 사람이 더 비싼 청구서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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