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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lany Mar 15. 2018

[잡상] 요즘 드는 생각, 세상에 똑똑한건 너만이 아니

요즘 자주 머리 속을 맴도는 생각이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생각입니다. '인간은 합리적이다.' 라는 대전제 하에서 사람들의 행태를 분석하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자주 '인간은 비합리적이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어려서부터 경제학원론을 보면서, 교조적으로 학습한 나머지 항상 '인간은 합리적이다'라고 맹목적으로 믿었던 시기가 있었기에 그에 대한 반작용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의 다양한 서적들이 이야기하고, 우리도 자주 체험하듯이 인간은 비합리적인 때가 많습니다. 특히 '전형적인' 실수를 더러 합니다. 그래서 금융시장에 대해서 다룰 때에는, '인간은 비합리적이다'라고 생각하고 임하는 것이 그리 나쁜 버릇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군중을 따라가는 경향을 조금이나마 제한할 수 있고, 나 자신도 인간이기에 스스로의 판단에 대해서 확인을 하는 일도 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 '인간은 비합리적이다'라는 시각을 드리우는 것은 유리할 때보다 불리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선 세상 속 문제를 너무 간단하게 보게 만듭니다.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키고, 좋은 대학을 가게 하려고 노력하는 학부모가 많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라는 의문에 대해서, '사교육의 투자 대비 수익이 그리 높지 않은데, 그렇게 하는 것은 사람들이 미련하기 때문이다.' 라는 1차원적인 대답을 '정답'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가끔 언론을 통해서 유명인사가 던지는 1차원적인 이야기들도 맥락이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에 똑똑한 사람은 나만이 아니라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멍청해보이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행동도 그 상황을 잘 고려해보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번에도 한번 언급했습니다만, 사람들이 너무 간단한 해결책을 모르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있다면, 그건 사람들이 그 간단한 해결책을 몰라서가 아니라 내가 그 문제의 디테일을 몰라서일 가능성이 훨씬 높지 않을까요? 경제학이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가정 때문에 호구처럼 욕을 먹고 있긴 합니다만, 그건 '대체로 합리적인' 인간을 '완전히 합리적이다'라고 말했기 때문이지, '완전히 미련한' 인간을 '합리적이다'라고 말했기 때문은 아니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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