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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섀도우 Aug 16. 2022

모르핀

intact


그는 연명의료중단 동의서를 받았다.


 말기 폐암과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로 숨이 차오른 60대의 남성 노인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간병인과 함께 격리실에 입실했다. 고유량 산소요법(Highflow) 기계가 코를 통해 산소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숨이 차는지 입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던 그는 의료진들과 간병인에게 짜증을 냈다. 환자가 초조해하자 어쩔 줄 몰라하던 간병인은 수시로 콜벨을 눌러 어떻게든 해달라 했고 의사는 모르핀을 처방했다.

 1mg당 1cc - 생리식염수와 1대 1로 희석된 모르핀이 투여되기 시작하자 그는 한결 나아졌다고 표현했다. 60회에 육박했던 호흡수는 20회 중반으로 떨어지고 산소포화도는 90%대를 유지했다. 

 

 바이러스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그의 폐를 침범하기 시작했다. 흉수(pleural effusion)가 차서 흉강천자로 폐에 찬 물을 빼보지만 기계의 산소공급량은 점점 최대값을 향해 늘어나기 시작했고 의사는 보호자들을 불러 상의했다.

 마침 국가전산망에 폐암 수술 즈음 서명했던 그의 연명의료중단 서류가 있었고, 보호자들은 그의 뜻에 따라 기관내관 삽관 및 기계환기(인공호흡기) 치료를 거부했다. 

 다음날 밤, 나는 입을 벌려 쿠스마울 호흡*을 하던 그를 맞이했다. 보호자들은 낮에 CCTV 너머 임종 면회를 했다고 한다. 유리벽도 아닌 모니터를 통한 임종면회라니... 판데믹이 만든 언택트(Non-contact) 시대의 기막힌 비극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자정무렵 산소포화도 82%, 맥박 144회였던 그의 맥박수가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번 밤만이 아니길 바란 나의 기대와 달리 그의 바이탈은 세 시 무렵부터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130, 120, 110... 

5종 방호복을 입은 나는 다른 선생님들께 당직의를 불러달라고 했다. 


 격리실에 들어오자 간병인은 울고 있었다.

 "환자분 죽는건가요?"

 나는 환자와 며칠 간 투닥이던 그가 울먹이는 것에 속으로 놀랐고 그에게 되물었다. "환자분 임종이 처음이신가요?"

 간병인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저는 여러 번 겪다보니... 괴물이 되었네요."

 서맥(bradycardia)이 시작되고 혈압계의 혈압이 측정되지 않는다. EKG의 녹색 선에서 드문드문 일직선을 그리기 시작하고 불쾌한 무수축(asystole) 알람이 울렸다. 그의 대퇴동맥과 경동맥을 촉지해본다. 맥박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모르핀을 주입하던 주사기 펌프의 속도를 올렸다. 

그의 최후가 고통스럽지 않기를.



 나는 EKG 기계에서 일직선의 무수축 파형(flat rhythm)을 출력했다. 보호자에게 전화로 그의 임종을 전한 격리실 바깥의 간호사가 카메라로 평행선이 그어진 심전도지를 촬영한다.

 간병인은 퇴실했고 나와 다른 간호사 둘이서 그의 마지막 모습을 정돈했다. 

 그 사이 사망진단서가 작성되었고 나는 그의 마지막 숨결까지 사용했던 처치 재료와 기록을 마감했다. 

 동이 트면 장의사가 올 것이다. 

 데이 근무자에게 뒷일을 맡기고 나는 퇴근했다. 

 장마전선이 물러난 뒤 하늘은 야속하게도 맑고 쾌창했다.




*kussmaul breath : (임종 직전) 깊고 빠른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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