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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섀도우 Jul 28. 2024

에스파냐는 하몬에 진심인 편

자나깨나 강도조심

든든한 아침

치즈와 에그와 베이컨과 하몽이 곁들여진,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든든히 먹고...


...


...


...


왜 빈칸이냐고요?


그야 오후 2시까지 낮잠을 자버렸기 때문이죠★

고딕 지구의 보케리아 마켓으로 향하는 길, 골목 어딘가에서 이국적인 식재료를 구경한다. Oferta는 찾아보니 특가 라는 뜻이고, macho verde와 macho maduro는 덜익은/익은 바나나라는 걸까? 0.5kg 사서 먹어볼 걸 그랬나보다.


보케리아 마켓 이야기 

마켓 드 라 보케리아(Mercat de la Boqueria)는 1200년대에 처음 언급될 정도로 역사가 깊은 시장이다. 매 일요일을 제하고 시장이 열려 왔으며 수많은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애환과 역사가 담긴 장소였다. 지금에야 한국의 여느 현대화된 전통시장마냥 천장이 슬레이트 패널로 뒤덮이고 밝은 전등이 내리쬐는 곳이지만 800여년의 세월동안 천막과 화덕이 타오르 곳이 아니었을까.

 

오히려 이렇게 생긴 시장은 전날 들렀던 성당 앞 일요장이 그런 느낌이었다.

File:Market.jpg - Banished Wiki (banished-wiki.com)



에스파냐는 하몬에 진심인 편

에스파냐에서의 하몬(jamón)은 어떤 존재일까.

 20세기 이전까지 저장 기술이 전무했던 수천여년 동안 전 인류는 각자의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음식을 저장할 방법을 궁리해 왔다. 한국은 생선을 소금에 절이거나 말렸고 스웨덴은 악명높은 수르스트뢰믱(삭힌 청어가 만들어낸 화학가스가 통조림을 터트릴 정도로 팽창한다는 그 맛)을 만들었으며, 남유럽권에서는 돼지 뒷다리를 훈제, 건조하곤 했다. 하몬 역시 오랜 기간 고기를 보관하기 위해 소금에 절여 말린 것을 얇게 저며 먹기 시작하면서 그 오랜 역사가 시작됐다.


 한국인들은 매일 김치찌개와 김치볶음밥을 두부김치랑 먹는다는 반박못할 팩트가 있는데, 에스파냐 사람들은 하몽이 그런 존재같다. 호텔 조식에서부터 즐겼듯, 식빵 사이에 넣어먹고 멜론과 곁들이고 그냥 저며먹고 치즈와 먹고 와인과 곁들이곤 한다. 에스파냐를 상징하는 음식이라면 단연코 하몬이 아닐까.



여기 튀김빵이 그리 맛있다면서요?

 엠파나다(Empanada)는 주로 소고기를 만두피 같은 데 넣어 오븐에 구운 요리인데 출출한 여행객들의 한입 간식거리로 충분했다. 우리가 갔던 가게에서는 1개 3.5유로, 한국돈으로 약 5천원 정도였다.

 관광지 음식이 다들 비싸다곤 하지만. 고구마튀김 한 봉투에 5유로(약 7천원). 조금 출출했기에 우리는 고구마튀김과 엠파나다를 하나 집었다.

 


참고로 여기는 시장이기 때문에 "날것의" 것이 진열되기도 한다.

솔직히 양 내장이랑 눈 시퍼렇게 뜬 머릿고기 같은 거 보면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을 걸?



소매치기는 상대하면 안 된다.


 시장 구경에 방심하고 있던 그 순간, 어느 흑인 아저씨가 내가 메고 있던 파우치 백으로 싸구려 팔찌를 던진다. 나는 반사적으로 팔찌를 그대로 바닥에 흘려 떨어트리곤 "Not mine!"이라 쏘아붙인다. 흑인은 뭔가 아쉬운 눈빛으로 우리를 노려보더니 바닥에 떨어진 팔찌를 줍는다.


아내의 말로는 유럽에서는 이런 식으로 소매치기들이 작업을 한다고 한다. 혹은 서글서글 다가와서 팔찌를 강제로 판매하면 - 이것을 "호구팔찌"라고 한다 -  주변 양아치들의 강제판매 타겟이 된다고. 상대조차 하지 않는 게 답이란다.

조금 놀랐지만 순간의 재치로 튕겨내곤 재빨리 큰길로 나왔다.



우리는 병맛에 끌린다,  

 구 도심을 돌아보다 재밌는 가게를 발견한다. 20대의 눈길을 사로잡는 키치함 - 수많은 패러디와 병맛이 느껴지는 도안들이 그려진 셔츠와 맨투맨, 후드들이 걸려 있었다. 가게의 양 벽에는 재밌고 "골계미" 가득한 (말 그대로 뼈다귀 그림이다) 도안들이 액자에 담겨 있었다.


 라코스테 악어의 패러디 Low Cost 풍선 악어와 행복한 카피바라는 귀여운 수준이고 '이탈리안'이라 써놓고 파스타 면을 부수며 이탈리아 사람들을 도발하며, 해골만 남은 데이비드 보위는 섬찟하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패러디해서 앞면은 살아있고 뒷면에 죽었다고 하는 고양이 티셔츠 등 해학적인 그림들은 물론이요, 포니즘(일본문화)도 많이 유행하는지 만화 드래곤볼의 티셔츠와 19세기 유럽에 유행했던 우키요에(일본식 판화 그림)의 유명한 파도 그림본뜬 도안 같은 것들도 있었다.


 나는 한참동안 가게를 서성이며 수많은 패러디들을 보며 웃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아내와 함께 한 쌍의 맨투맨을 골랐다. 프리 허그(안아줘요!)를 시전하는 선인장 화분과 뻐큐를 날리는 anti-stupid 고양이 맨투맨을 샀다.

저 영롱한 눈빛의 플라스크 고양이도 탐났는데 더 살 걸 그랬나 보다... 흑흑...


https://maps.app.goo.gl/PsTaUZyDAcwnSH89A



독점계약을 했다곤 하는데 더 맛있는데 있워요...



로마인의 벽 - 바르셀로나 대성당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나오면 넓은 공터가 나오며 바르셀로나 대성당의 첨탑이 보인다.

바르셀로나 대성당은 13세기부터 15세기 동안 건축된 고딕 양식의 성당이다. 성당의 엄숙한 얼굴의 조각상들과 하늘로 치솟은 가시 같은 첨탑을 보노라면 불가지론자인 나라도 이교에 대한 경외감이 들기 마련. 늦은 시간이었고(5시 즈음) 입장료를 받았기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개선문을 향해 고딕지구의 동쪽으로 나아가다 보니 성 카테리나 시장(Mercat de Santa Caterina) 건물도 보인다. 비수기인지 내부공사중인지 모르겠는데 안쪽이 을씨년스러워서 들어가보진 않고 패스.




에스파냐의 개선문은 빨갛다

바르셀로나 개선문은 1888년 박람회의 출입문으로 기념해서 제작되었다고 한다. 특이하게 붉은 벽돌로 쌓아올린 아치형의 문에서 어딘가 이슬람 풍의 디자인이 느껴진다. 알고보니 한때 이슬람의 지배와 영향을 받았던 에스파냐에서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건축 양식을 무데하르(Mudejar) 양식이라 하는데, 이 개선문 역시 무데하르 양식을 함양하여 지어졌다고 한다.


한편, 개선문 앞으로 뻗어있는 이 작은 공원은 수많은 민중들의 산책로이자 때로는 시민들의 항쟁의 장소로 쓰인다. 한참 카탈루냐 독립운동이 격화된 때에는 이곳에서 집회가 벌어졌었다.

이 공원은 시우타델라 공원(Parc de la Ciutadella)까지 뻗어있는데 체력이 고갈난 우리는 가지 못했다.


나는 항상 슈퍼마켓을 들러보는 편이다. 여행지의 서민들이 어떤 물가로 어떻게 사는 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니까. 수많은 육류들이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진열대 끝까지 놓여 있다. 나 역시 고기파라 고기는 너무 좋다.



저녁놀이 지고

노을이 지고 하늘이 보랏빛으로 변해가는 찰나, 우리는 배고파졌다.

어제 찜해두었던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있는 타파스 집으로 향했다.



타파스 맛집 : 시우다드 콘달

우리는 타파스 맛집으로 소문난 집에 들어왔다.

타파스(Tapas)란 에스파냐에서 식전에 가볍게 먹는 음식들로 술안주로 가볍게 즐기기도 한다. 한국으로 치면 말O살롱, 역O할맥 같은 포차, 대포집에서 가벼운(가격은 가볍지 않은) 술안주들을 시켜서 맥주를 들이키는 것과 비슷할 것 같다.

우리는 가게 명물로 한국인들 사이에서 소문난 꿀대구찜과 해산물 튀김, 새우졸임 등등... 결정장애인 우리는 한참을 메뉴판 앞에서 씨름했었다. 정 못고르겠다면 "오늘의 타파스" 표를 보고 양껏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홈 와인 한 잔에 한방에 취해버린 나의 사랑둥이(비틀비틀)


타파스집은 인파로 넘쳐난다. 비수기에 우리가 일찍 식사를 마쳐서 그렇지 원래는 최소 30분에서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가게 앞 도보의 천막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불을 쬐고 있었다. 에스파냐여도 겨울 밤은 조금 쌀쌀하더라.


https://maps.app.goo.gl/Mffo5Fc8WANzs3np9




루치아노는 레전드고 젤라또는 신이다

한국으로 치면 베O킨라O스31 같은 이탈리아계 프랜차이즈 가게인데, 여기도 도통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외계인이 둥둥 떠다니는 병맛 컨셉의 젤라또 체인인데 현지인이며 관광객이며 손님들은 삼삼오오 모여 젤라또나 아이스크림을 고른다. 물론 진짜배기 손님은 아이스크림을 쉐이크로 만들어서... 으악 당스파이크! 그러다가 당뇨 걸려요...


잘생긴 에스파냐 오빠들이 친절하게 계산을 받고, 번호표를 호명하면 메뉴를 고른다. 나는 커피맛, 아내는 레몬맛. 숙소까지 걸어오면서 한입씩 삼끼며 상큼함에 기분이 좋아진다.

여기는 너무 좋아서 내일 또 갔다.

https://maps.app.goo.gl/RzbCxB8U4R11ukoq8



다음 이야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꼭 미리 예약하십쇼, 구경 못 하는 수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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