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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수지 Feb 24. 2020

유통을 배우고 싶어서 들어간 회사 AMD가 되다.

어시스던트 머천다이저가 되다.

MD 머천다이저 (merchandiser)
ADM 어시스던트 머천다이저 (assistant merchandiser)

MD라는 직업은 상품기획자를 뜻하며 이슈가 되는 상품과 시즌성 상품을 누구보다 발 빠르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쇼핑몰 매출에 기여하는 직업이다. MD를 보조하는 AMD는 각종 프로모션 제작을 위한 상품 취합, 상품 등록, 판매 상태 변경 등 MD 업무의 보조 겸 가장 기본적인 업무를 하는 역할을 한다. 


유통을 배우고 싶어서 들어간 회사

2014년, 취미로 하던 블로그에서 팔찌도 팔고 액세서리도 판매가 되기 시작하면서 블로그가 직업이 되었고 불현듯 유통이 배우고 싶어 졌었다. 유통관리사라는 자격증도 있길래 취득을 해볼까? 싶었지만 애매한 공부는 취미가 없던 터라 실무로 바로 접할 수 있는 쇼핑몰 회사를 들어가 보기로 다짐을 했었다. MD를 지원하기엔 경험도 없고 어떻게 일하는지 조차 몰랐지만 마침 AMD를 채용하는 공고를 보게 되었고 MD의 보조 역할을 할 수 있는 업무였다. 보조로 일하면서 충분히 그 회사의 유통 구조와 어떤 일을 하는지 경험해볼 수 있었기에 블로그로 판매를 했던 경험을 작성을 하여 지원을 하게 되었고 합격을 하게 되었다. 


나는 '갑자기 왜 유통이 배우고 싶어 졌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저 나는 내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어떻게 판매를 하고 있는지, 소비자가 어떻게 구매를 하게 되는지 궁금했다. 


2019년 해리포터와 콜라보를 진행한 스파오의 상품들


그렇게 네 번째로 입사했던 회사는 이랜드 몰의 브랜드 상품들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대표 브랜드 : 스파오, 후아유, 미쏘 등등) 의류 브랜드 특성상 매년 유행이 지난 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재고가 지난 상품들을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을 통해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를 진행했다. 유행이 지난 재고 상품은 회사의 가장 골칫덩어리겠지만 그 재고 상품을 저렴하게 다시 가져와 온라인 할인 행사를 통해 기존 판매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를 하는 유통 구조를 통해 유행은 지났지만 소비자는 저렴하게 옷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브랜드마다 담당 MD와 보조 AMD가 한 팀으로 이루어져 상품을 관리하고 판매를 진행했고 나는 스파오와 후아유를 담당하는 MD와 함께 일을 진행했었다. 소셜커머스(위메프, 쿠팡, 티몬)와 오픈마켓(11번가, 옥션, G마켓) 등 다양한 채널에 상품을 업로드를 진행했었고 MD는 각 채널의 담당 MD와 소통을 하며 프로모션, 반짝딜 같은 할인 행사를 관리를 했다. 



AMD의 업무

내가 일했던 회사의 AMD 업무는 판매 채널 관리, 상품 관리, 상세페이지 제작, 프로모션 이미지 제작, 배너 제작 등 포토샵 업무와 판매 관리 업무가 주를 이루었다. 포토샵은 중학생 때부터 취미로 했던 터라 어렵진 않았지만 각 소셜커머스, 오픈마켓마다 상세페이지 가이드라인이 있었기에 그 가이드에 맞춰 제작해야 하는 업무가 가장 시간을 많이 소비했었다. 상품 누끼(*포토샵에서 피사체와 배경을 분리하는 작업)도 정말 많이 했었다..


출처 : jtbc 카드 뉴스 패러디

포토샵을 취미로 중학생 때부터 했지만 단순하게 '툴'을 사용하는 정도였지 디자인 감각은 0.. 완전 제로였다.

처음 상품의 프로모션 이미지를 만들 때도 상품 이미지를 붙이고 텍스트를 쓰기만 했지.. 어떻게 이 배너에서 상품이 더 잘 보일지, 어떤 문구를 써야 사람들이 클릭할지 등 전혀 생각 조차 하지 못했다. 아무리 디자인을 해도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를 정도의 수준이다 보니 매일 혼나면서 일을 배웠었다.. ㅠㅠ


그래도 매일 혼나가며 보는 것이 프로모션 배너 이미지, 상세페이지다 보니 디자인은 조금씩 늘기 시작했고 디자인 업무 외에도 상품을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에 올리는 업무도 진행하다 보니 모든 쇼핑몰의 상품 업로드 구조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경험을 얻게 되었다. 



직장인의 369 법칙...

그렇게 쇼핑몰에서 AMD 업무로 일한 지 6개월이 지나고 어느 정도 업무는 손에 익었고.. 지긋지긋한 병이 또 발동되기 시작했다. 성장이 멈추면 안 되는 병 ㅠㅠ.. 이럴 때마다 생각나는 직장인의 369 법칙이라는 글이 있다. 3개월, 6개월, 9개월 단위로 하던 일이나 공부 등이 하기 싫어지는 것을 빗대어 말하는 건데 주로 직장인에게 자주 나타나며 짧게는 3개월, 6개월, 9개월이지만 길게는 3년, 6년, 9년 주기로 우울증이나 무기력감에 빠지게 되어 퇴사를 생각한다는 이야기이다.


입사 후 3개월

입사하고 열정이 넘치고 마냥 좋아 보이고 모든 것이 멋져 보이다 회사의 실체를 알게 되고 힘듬을 처음 겪는 시기.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빠지기도 하며 더 나은 회사가 있을 거란 생각에 빠지기도 하는 첫 번째 고비의 시기


입사 후 6개월

다양한 업무가 주어지고 점점 업무가 익숙해지는 시기. 하지만 같은 동료들에게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을 듣기 시작하는 시기로 함께 동요되기도 하고 회사에 대한 불만이 생기기 시작하며 이 곳에서 1년을 채울지 지금이라도 떠날지 고민하게 되는 두 번째 고비의 시기


입사 후 9개월

두 번의 위기를 넘겼지만 업무가 익숙하다 못해 지루해지는 시기. 업무를 통해 발전하는 것이 아닌 회사의 부품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 느끼는 시작 하며 퇴사를 생각하게 되지만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세 번째 고비의 시기


하지만 이 직장인 369 법칙을 소개하는 사람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369법칙이 꼭 나쁜 것일까? 물론 어느 회사에 가던 짧게 근무하고 퇴사한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이 법칙을 통해 자기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알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시기는 자신에게 압박했던 것들을 잠시 뒤로하고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이다. 잠시 힘들어서 나약해진 생각이라면 조금 더 자신을 잡고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하며 그 시기를 이겨내면 될 것이고 정말 다른 길이 옳다고 결정했다면 그 결정에 따르면 된다" - 이름 모를 작성자.



여기서 나의 모든 열정을 쏟기엔 아쉬워

회사라는 곳은 정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노동의 대가로 좋은 경험까지 얻을 수 있는데 돈까지 주다니 학교보다 더 좋은 교육의 장소이다. 하지만 한 회사에 나의 모든 인생과 모든 열정을 쏟기에는 내 젊음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그렇다 할 성과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AMD로 더 경험을 쌓고 MD라는 전문 직업으로 전향해도 되는 길도 생겼다. 이럴 때마다 곰곰이 하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10년 뒤 30살, 20년 뒤 40살에도 이 직업으로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자신이 있나?'

대답은 역시나 아니었다. 아직 나는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이 회사에서 모든 열정을 쏟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더 많은 경험을 얻고 싶었다. 입사 후 6개월 만에 AMD로써 업무 적응은 끝이 났고 매일 상품 등록, 누끼 전쟁, 상세페이지 제작 등 같은 업무만 반복되기 시작하니 몸이 근질근질했다. 이러다 포토샵을 하는 로봇이 될 것만 같았다. 


내가 이 곳에서 얻고 싶었던 경험은 유통 회사의 구조는 어떻게 되어있는지, 쇼핑몰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다양한 쇼핑 플랫폼을 활용하여 어떻게 판매를 하는지 궁금했다. 이 궁금증이 시작된 계기는 아마 블로그를 통해 조금씩 팔리던 팔찌와 액세서리 때문이었던 것 같다. 6개월의 경험을 통해 궁금증은 어느 정도 풀렸고 그렇게 퇴사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을 때쯤 전화가 울렸다.


"수지 씨, 우리 회사에 다시 올 생각 없나요? 회사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걸 아는 사람이 내부에 아무도 없고.. 동료에게 얘기 들어보니 수지 씨가 그쪽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연락드렸어요"


작은 회사의 상담원 아르바이트로 잠깐 일을 했던 곳에서 연락이 왔다. 당시 그 회사는 작았지만 사장님의 스타일이 <일단 시작! 해보고 안되면 보류, 잘되면 밀고 가자> 마인드의 추진력이 엄청난 회사였다. 들어보니 다른 사업으로 번 자금으로 동네에 화덕요리 전문점을 열었고 한우로 유명한 타지역에는 300평대의 엄청 큰 한우 정육 매장과 한우 쇼핑몰을 열 계획인데 매장과 쇼핑몰 홍보 방법을 고민하다가 자체적으로 블로그 체험단 사이트를 개발해서 홍보까지 함께 운영을 하려 한다는 얘기였다.


회사 내에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있었기에 사이트 개발은 시간문제였으나 '블로그' 시스템에 대해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마침 내가 퇴사 후 블로그 관련 회사에 다녔던 것과 AMD로 일한 경험을 해당 회사 동료와 친하게 연락을 하고 있었어서 그 소식이 사장님한테까지 들어갔다는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상담원이 아닌 회사 내에 새로운 부서인 <전략기획부>가 생길 예정인데 여기에 합류해서 새로 입사할 팀장님과 함께 회사의 사업 기획을 하며 일을 해볼 생각이 없냐는 정말 새로운 제안을 받게 되었고,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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