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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수지 Feb 08. 2018

어느 회사를 가던 어느 직업이던
배울 점은 많다.

회사는 어떤 존재일까?

지나고보니 바뀐 직업만 6번, 퇴사만 8회차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8년이 흘렀다. 20대가 끝나는 나이에 8년동안 나는 8곳의 회사를 다녔다. 길게는 2~3년 다니기도 했고 짧게는 3개월을 다닌 회사도 있었다. 사실 내가 이렇게 회사를 많이 옮겨 다녔는지 글을 쓰면서 새삼 알게되고 있다. 누군가 나의 이력만 본다면 '이 사람은 회사를 진득하게 오래 못 다니네? 거기다가 이력도 다 다르고 비전공자에 전문성도 없는 것 같아'라는 생각을 할 수 도 있겠다. 



대학 사회복지과 졸업 (2년제)

2013년 첫 번째 회사, 통신사 상담원 아르바이트

2013년 두 번째 회사, 소기업 상담원 아르바이트

2014년 세 번째 회사, 소기업 블로그 운영

2014년 네 번째 회사, 이랜드 재고 제품 판매 AMD

2015년 다섯 번째 회사, 소기업 전략기획팀 기획, 디자인, 마케팅

2017년 여섯 번째 회사, 중소기업 인하우스 디자이너

2018년 일곱 번째 회사, B2B 스타트업에서 마케터

2019년 마지막 회사, B2C 스타트업에서 마케터



지금 내가 봐도 이렇게만 보면 참 볼품이 없다. 그리고 무슨 회사를 이렇게 다니는지 정말 전문성이 없다. 처음에는 내가 봐도 부끄러운 이력서라고 생각을 했고 지금 나의 이력만으로는 사실상 큰 기업에 들어간다는 것은 서류 전형에서 떨어질 것이 분명하고 애초에 비전공자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떨어뜨리는 곳도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예전에는 이력서를 넣을 때 [전공과만 이력서 제출]이라는 부분을 보고 자괴감이 들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전공을 바꿀까?'라는 생각으로 야간대, 사이버대, 편입, 대학원까지 알아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왜 다시 전공을 바꾸어야 하는 것인가? 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또다시 고등학생 때의 나처럼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행복한 것인지' 그리고 '나는 무슨 꿈이 있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학력과 스펙만 좋아진다고 해서 스스로 나아질 것은 없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우선 사회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무엇을 해봐야 나의 꿈이 생길지, 한번 다양한 경험을 먼저 쌓아보자!라는 생각으로 당장 해보고 싶은 것들을 생각했고 그렇게 나는 회사를 다닐 때 '경험'을 중요시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스스로 당당해졌다. 그 누구보다 경험하고자 하는 것에 있어서 두려움이 사라졌기 때문에 이력서에 대한 부끄러움은 전혀 없어졌다. 다양한 회사, 짧은 경력을 지녔지만 많은 회사를 다니며 그 회사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경험을 배웠고 학교와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것 들을 느꼈으며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점점 좁혀나갈 수 있었던 나에겐 모두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탐색의 과정이 '낭비'라고 생각한다.


2년 전, 비전공자에서 디자이너로 전향하기 위해 이것저것 공부하던 중 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내가 본 영상은 다음소프트에서 부사장을 하고 계시는 송길영이라는 분의 영상이었는데 영상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영상의 내용은 이렇다.

"제가 대학에서 강의를 해왔는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그겁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씀을 계속하시는데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얘기를 제일 많이 해요. 그래서 뭘 좋아하냐 물어보면 이걸 좋아한대요. 

'여행과 맛집'

그래서 제가 이렇게 얘기하죠. 그거는 누구나 좋아하는 거야. 그래서 그걸 직업으로 할 수 있는데 다만 그러려면 남들보다 더 해야 되는데? 예를 들어서 일본의 유명한 작가 중에서 명품을 너무 좋아해 파산한 친구가 있어요. 근데 책을 냈어요. 자기가 명품을 너무 좋아해서 수입을 다 쓰고 신용불량자가 된 거예요. 그다음에 그 내용을 책으로 썼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유명해졌거든요. 그냥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친구의 레벨이 못 되는 거예요. 자기 거 다 버릴 수 있어야 되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내 걸 포기하고 다른 것들에 대한 미련 없이도 정말 할 수 있는 것이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거예요.

거꾸로 얘기하면 말씀하신 거처럼 공무원 시험도 준비해보고 그다음에 학원도 다녀보고 그 동기가 내 안에서 차올라 온 것인지 아니면 옆에서 '공무원 최고야 해 봐'라든지 '안되면 학원 다녀'라든지 그런 중에 나왔다면 내 게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건 시도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따라서 먼저 깊은 고민을 해 보시고 탐색을 꾸준히 해 보신 다음에 결정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젊은 대학생들이나 청년들은 그런 탐색의 과정에 시간이 걸리니까 '낭비다 시간이 없다'라고 얘기하거든요. 

'4학년인데 언제 합니까?' 라면서 요. 그게 어떤 거냐 하면요 목표가 나중에 나오는 성과라면 그 기간을 줄이고 싶어 해요. 예를 들어서 '내가 원하는 건 말이지.. 얼마를 버는 거야!' 그러면 그 얼마를 버는 게 목표가 되는 순간 그거를 10년에 하면 '어유 힘든데..' 3년에 하면 '되게 좋은 거지!' 근데 20년이면 '아이 안 할 거야!'

즉, 과정이 목표가 아니라 결과가 목표인 경우에는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제가 봤을 때 인생은 굉장히 길어요. 정말 깁니다. 지금의 1~2년이라는 것이 얼마큼 긴 거냐에 대한 부분들을 고민해 봤어야 될 거 같아요. 물론 그 1~2년이 기니까 아무것도 안 해야지 한다면 굉장히 짧은 시간이고요. 그게 아니라 내가 하는 행위가 내 평생의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서 필요한 깊은 숙고라면 그건 굉장히 긴 시간일 수도 있어요. 그런 이유로 고민을 좀 더 깊게 해보시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제가 말씀드리는 거는 굉장히 어려운 얘긴데요. 결국 좋아하는 거 하라고 해요. 그 이유가 어떤 걸 하더라도 10년 정도는 해야 내가 전문가가 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일을 해 보니까 내 손발을 마음대로 쓸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러워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근데 좋아하지 않으면 지속할 수가 없어요. 중간에 그만둘 수밖에 없거든요. 좋아하는 걸 꾸준히 해 보면 확률이 높아지는 거예요. 거꾸로 얘기하면 좋아하지 않는 거는 꾸준히 안 할 거니까 확률이 제로가 되는 거죠. 좋아하는 걸 하는 게 맞는 거죠. 제가 농담 삼아 이렇게 얘기해요.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그럼 10년간 고양이를 키우고 연구를 하세요! 그러면 10년 후에 전부 다 모든 사람이 고양이를 좋아하면 당신은 대가가 돼 있어요. 큰 마켓의 수장이 돼 있고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어요. 

10년 후에 아무도 고양이를 안 좋아한다면 어때요? 그동안 즐거웠잖아요!'

거꾸로 얘기하면 안 좋아하는 걸 하면 기댓값이 제로예요. 이유가 잘하지 못할 거니까. 즐기는 자를 못 이기기 때문에. 그러면 성취도 못하고 과정도 즐겁지 못했을 텐데.. 근데 좋아하는 걸 하면, 성취를 하면 너무너무 좋은 거고 못했더라도 내 안에 차오르는 기쁨과 성과에 대한 어떤 흔적이 있기 때문에 제가 보기엔 그게 더 높은 확률이라는 거죠. 따라서 좋아하는 걸 하는 게 맞습니다.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른다면 그땐 탐색해야 돼요. 그것을 누구한테 듣거나 아니면 갑자기 떠오른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직접 경험해 보시고, 읽어 보시고, 토론해 보시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타자의 삶과 그들의 경험 같은 것들을 가져오셨을 때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진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 성장 문답 '자신의 적성 찾는 법' 다음 소프트 송길영 - 


또 페이스북의 최고 운영책임자 COO인 쉐릴 샌드버그라는 분이 하버드에서 졸업식 축사를 했던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이력을 쌓지 말고 직무 능력을 쌓으세요.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준 직함을 평가하지 말고, 여러분이 뭘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세요"라는 얘기를 했었다. 


두 영상의 공통점은 결국 스스로 좋아하는 일,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직업이 전부가 아닌 경험과 과정을 중요시하라는 것. 내가 회사를 대하는 방식은 결국 이력이 아닌 직무 능력과 다양한 경험을 위해서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여전히 스스로 탐색하고 있었으며 난 아직도 10년 뒤, 20년 뒤에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선택의 순간이 온다. 점심을 먹을 때도 '오늘 밥을 먹을까? 면을 먹을까?' 나도 모르게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놓여있다. 그때 내가 디자인과를 갔더라면.. 그때 내가 그 회사에 갔더라면.. 스스로 결정한 선택에 있어서 나도 후회를 했던 적이 있었지만 결국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경험과 배울 점이 많았다고 생각을 한다면 언젠가 그 경험들이 모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비전공자'여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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