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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수지 Nov 27. 2017

'비전공자'여도 괜찮아.

비전공자여도 괜찮을까? 불안한걸 알면서도 도전을 망설이지 않는다.


'비전공자'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대학교에서 특정한 과를 졸업하고 그 학과와 관련된 직업을 갖지 않은 자를 뜻하는 것일까?

나는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었고 단순히 사회복지사를 선택하지 않았단 이유로 '비전공자'라는 말이 항상 따라다니고 있다. 처음엔 '비전공자'라는 딱지가 부끄럽기도 했다. 


물론 비전공자는 전공과를 졸업한 사람들보다 공부에 대해 부족한 사람이라는 의미는 맞는 의미이다.

나는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전공과목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를 했고 전공에 맞게 취업을 했으니 그들이 노력한 시간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당시 사회복지과를 선택했던 이유는, 많은 대학교에서 수많은 학과 중 학과 이름만 보고 나의 미래를 선택하는 과정이 참 어려웠던 것 같다. '경영학과는 무슨 경영을 하는걸 배우는건데? 디자인은 무슨 디자인을 하는건데?' 또 나에게는 이런 부분을 알려주는 어른이 주변에 많지않았다.


하지만 중학생 때 유일하게 집에서 혼자 흥미를 가졌던 게 있었는데 바로 포토샵과 일러스트였다.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유일하게 흥미를 가졌던 그래픽 디자인과로 전향하게 되었는데 막상 학교에서 가르치는 디자인에 대한 과목은 디자인 일반 같은 디자인 이론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와 혼자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공부했던 포토샵과 일러스트의 가장 기초적인 프로그램 다루는 부분에 대해서만 알려주고, 그 외의 과목은 나의 미래의 직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수능'에 대한 과목만 가르칠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교에서 내가 원하는 학과를 골라야만 했다.

그래도 유일하게 흥미를 갖고 있던 디자인학과를 가려고 했으나 당시 고3의 나는 미래가 불안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에 다른 사람들의 말에 의지하기 시작했으며 당시 (공무원=평생직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무원이 각광을 받고 있던 시즌이었다. 


고3의 선택의 길에 서있는 나에게 당시 뉴스에서 '고령화 사회, 100세 시대'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던 시점이었으며 고령화 사회에 맞추어 사회복지사 직업이 새롭게 각광받는 직업이었다. 또 사회복지과를 졸업하면 자격증을 받아 사회복지공무원에 지원할 수 있고 경쟁률이 높지 않기에 손쉽게 들어갈 수 있다는 정보도 보았기에 어른들이 원하던 공무원이라는 평생직장도 얻을 수 있다는 짧은 생각에 나는 그 길로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내가 이 일을 10년 뒤에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인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직업을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복지과를 졸업하고 선택한 길은 공무원 준비였고, 공부를 하면서도 공무원이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분석했다. 취미로 했던건 무엇인지 이 취미가 직업이 될 수 있을지. 처음엔 선택지가 많지 않았지만 일단 무조건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고 싶었다. 그땐 하고싶은것이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매일, 매달, 매년 하나씩 찾아나갔다. 부족함이 느껴질 땐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블로거, AMD, 전략기획, 디자이너, B2B마케터, B2C마케터 등 회사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섰다.


운이 좋을 때도 있었고 정말 힘든 순간도 많이 왔었다. 특히 디자인과 코딩을 공부하던 시기에는 하루에 잠을 3시간 정도 자면서 공부했었다. 나는 비전공자였기에 전공자들이 공부에 투자한 시간만큼 똑같이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학원을 다녀도 기초에 대한 지식을 알려줄 뿐, 정작 실무에 도움이 되는 건 없었다. 그때 처음 생각을 했다. '아.. 비전공자가 스스로 공부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내 주변에 디자이너는 없었다.


디자이너가 되겠다며 마음을 먹고 디자인 업무를 시작 할 때 나의 실력이 부족하다는걸 뼈저리게 느꼈었다. 당시 회사에서 같이 일을 하던 디자이너분은 워낙 바쁘셨고 회사에서 디자인을 배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모든 회사는 실무에서는 실무를 하는 공간인거지 공부를 해야하는 공간은 아니란걸 알면서도 막막했다.


난 사회복지과를 졸업했기에 내 주변의 사람들은 사회복지사, 어린이집 교사 등 다들 전공 과목을 살린 친구들뿐이었다. 내 주변엔 디자이너가 없었고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를 해야하는거지?.. 알 방법이 없었다. 정말 진짜 야간대라도 다녀야하나? 아니면 편입을 해볼까? 방송통신대학교라도 가볼까? 별의별 공부 방법을 다 찾았던 것 같다. '정말 시간을 다시 투자를 해야하나..?'



기회를 얻고 싶다면 직접 찾는 방법을..


마침 한 커뮤니티 카페에서 스터디 모집이 있어서 함께 참여하게 되었고 스터디원 중에 실무자가 있어서 학원에선 배울 수 없던 실무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취미로 작성 하던 네이버 블로그에 조금씩 공부 기록겸 포스팅을 작성을 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검색 노출이 되고 나와 같은 공부를 하던 사람들의 댓글이 하나둘씩 늘게되었다. 블로그로는 뭔가 한계가 있는 것 같아 당시 페이스북 페이지가 유행하길래 페이지도 만들어봤다. 심심해서 이것저것 혼자 디자인해보고 디자인 관련 그룹에 공유도 하다보니 일주일만에 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몰렸다. 


거기다 그때 무슨 무모한 생각이었는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몰리니 이 고민을 공유하면 참 좋겠다! 라는 생각과 내 주변에 디자이너들이 없으니 '내가 스스로 모아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쩌다보니 커뮤니티를 운영하게 된 내 모습을 발견했다. 덕분에 많은 디자이너와 IT 계열의 사람들을 정말 다양하게 만나고 얘기를 해봤고, 정말 소중한 경험을 느끼게 된 계기였다. 



비전공자여도 괜찮아.


비전공자여도 괜찮다는 얘기를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비전공자로써 성장하는 과정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희망을 주고 싶었다. 블로그에서 정말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는 '저도 수지님처럼 비전공자인데 어떻게 시작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스스로 용기도 너무 안나요..' 라는 질문들이었다.


처음에 비전공자라는 말이 부끄러웠고 당당하지 못했었다. 구직사이트에서도 전공자 지원가능 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스스로를 자책하고 대학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며 정말 다시 대학을 가야하나? 생각을 할 정도 였다. 그때 나는 자책하고 후회하며 이 타이틀을 없애기위해 전공을 다시 공부하고 전공자 타이틀을 땃으면 지금보다 더 나아졌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비전공자여도 노력하면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학교에서 4년의 시간을 다시 할애할 바에 4년동안 실무를 하는게 나아! 라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지금 난 스스로 비전공자라는 타이틀이 더 좋다. 비전공자로써 후회하고 자책만 하고 있었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하고 싶은 일,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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