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저는 참 기대가 많은 사람이에요. 특히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말이에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 관계를 이어가게 되면 정말 쓸데없이 다 퍼주는 경향이 있어요. 뭐든 정말 내가 줄 수 있는 선 에선 다 준달까요?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은 늘 저 같지 않아요. 다 주고 쿨하게 잊으면 되는데 또 기억력은 쓸데없이 좋아서 '아니 내가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나한테 이렇게밖에 못해?' 하며 혼자 마음 상하는 일이 너무 많아요.
정말 바보 같은데 이상하게 매번 반복되네요.
대부분의 관계에서 내가 먼저 연락하고 먼저 손 내밀며 괜히 오버하다가 인연이 끊어져버리길 몇 번.. 이제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 것조차 조금 두려워져 버렸어요. 실망하지 않기 위해 기대를 없애고, 기대를 없애기 위해 연락을 하지 않게 되는 이상한 관계도가 제 머릿속에 생겨버렸거든요.
아이를 키우다 보니 만나는 사람이 줄었어요. 내가 무언가를 줄 수 있는 것도 잘 없어요. 베푸는 것도 내가 가진 게 없으니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것 같아요. 예전의 내 모습을 말이에요.
사실 저는 늘 그런 사람이고 싶었어요.
뜻밖의 호의를 베푸는 사람. 그래서 그 호의를 받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 말이에요. 나로 인해 누군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거든요.
같은 맥락에서 아무 생각 없이 누군가가 나에게 베풀어 준 작은 호의에 혼자서 신나서 지나치게 감동받고 그래요. 좀 지나치게 사소하면서 예민한 감성을 가진 편인가 싶을 정도예요.
내가 느끼는 이런 감정을 나의 행동으로 상대방도 느껴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기대를 또 하고야 만다는 것이, 제가 만들어가는 인간관계가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가게 되는 이유인 것 같아요.
고치려 해 봤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평생을 그렇게 살았는데, 타고난 성격이 그 모양인데 이게 잘 고쳐지겠나 싶어요.
사실 기대 자체가 나쁜 건 아니잖아요? 이젠 그냥 어느 누구의 마음도 결코 나와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 다름에 서운해하지 않는 연습을 해보려 합니다.
이젠 끊어진 인연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시들어 버린 꽃은 과감히 버릴 수 있는 내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