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니 Oct 21. 2022

여행이 그리운 밤



다들 여행 좋아하시죠? 저도 여행 참 많이 다녔었는데, 육아를 하며 또 코로나를 겪다 보니 비행기를 타고 기내식을 먹은 게 언젠지 기억도 잘 안 나네요.

저에게 11월은 늘 휴가의 달이었어요. 특별할 이슈거리가 없어 일도 마음도 한가 해지는 11월에는 꼭 남은 연차 끌어모아 여행을 다녀왔었어요. 함께도 가고, 혼자서도 가고. 그렇게 탕진하고 돌아와서 또 열심히 연말을 보냈죠.

가끔 여행이 그리울 땐 예전 여행 사진을 뒤적이곤 해요. 까마득하게 멀어진 기억이 사진을 보면 다시 소환되어 그때의 기분, 감정, 날씨, 온도 등등이 떠오르죠.
새로운 곳에 동떨어진 이방인이 된 기분에 설레고 좋다가도 낯선 모든 것들이 두렵고, 낯섦에 적응하고 나면 심심하고 외로워지는 그런 기분. 어찌 보면 참 쓸모없고 소모적이지만 일상에선 느낄 수 없는 그런 기분에 중독되어 계속 또 떠나게 되는 것이 여행인 것 같아요.

여행 중엔 정말 너무 힘들어서 다신 안 가야지 다짐 하지만 지나고 생각하면 좋은 것만 떠올라 또 여행을 계획하잖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기억만 머리에 남는다는 게 참 신기해요. 사람도 여행도 그렇게 좋은 기억만 오래 남겨져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는 웃으며 다시 만나고, 또 즐겁게 떠날 수 있다는 게 말이에요. 예전의 나를 화나게 했던 일들도 지나고 나면 허허 그럴 수도 있지 하게 되는 걸 보면 망각은 정말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오늘따라 비행기 안에서 보던 까만 밤하늘과 반짝이는 별들이 그립네요. 낯선 곳으로 향할 때의 마음과 집으로 돌아올 때의 마음이 참 많이 다르기에 비행기에서 보는 풍경은 제각각으로 기억에 남아있지만, 비행기 안의 윙 하는 모터 소리와 차갑고 건조한 공기, 적당한 웅성거림과 달그락 거리는 카트 소리는 똑같아요. 냄새만 맛있는 기내식도 늘 같죠 신기하게.

참 바빴던 한 주를 보낸 금요일이라 그런가 봐요. 특별나게 할 일이라는 게 없이 빈둥거리며 돌아다니는 그런 여행이 오늘따라 참 그립네요.

오늘 밤에는 하릴없이 드러누워 사진첩이나 뒤적여봐야겠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저마다 다른 계절에 피어나는 꽃들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