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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타장 Jan 05. 2022

오쓰를 통해 바라본 종교적 신념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을 읽고


작가 : 엔도 슈사쿠

출판사 : 민음사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읽으면서 그의 다른 작품 세계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선택한 작품이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인 '깊은 강'이다. '침묵'에서 작가는 서양에서 유입된 기독교(천주교)가 일본에 정착하기 어려운 점을 얘기했었다. 작가는 작품 속 등장인물인 이노우에를 통해 일본은 마치 늪과 같아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종교나 사상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없다는 얘기를 했다. 일본만의 종교가 있는데, 굳이 외국 종교를 믿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말하며 선교사를 배교시키려는 의도에서 한 말이었다. '깊은 강'에서 이런 작가의 생각은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가 궁금했다.


'깊은 강'은 여러 사람의 일본인이 각자 다른 목적으로 인도를 여행하는 이야기가 핵심이다. 그 인물들 중에는 '이소베', '미쓰코', '기구치', '누마다', '산조 부부' 등이 있는데, 인도 여행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에도 그들이 다른 유럽 국가가 아닌 인도를 선택한 것은 무슨 까닭이었을까? 이소베는 병으로 죽은 아내가 마지막 유언으로 남긴 말 - '내가 반드시 다시 태어날 테니, 꼭 나를 찾아 주세요' - 을 따라 인도의 어느 마을에 태어난 여자 아이가 자신의 아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인도 여행을 선택했다. 물론 반신반의하는 심정이다.


미쓰코는 대학시절 자신이 유혹하여 기독교를 배신하게 만들었지만, 순진한 친구 오쓰의 모습이 궁금해서 인도 여행을 선택했다. 미쓰코는 다른 남자와의 신혼여행으로 프랑스를 갔을 때도 그곳 신학교에 재학 중인 오쓰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이혼한 미쓰코가 지금은 가톨릭 신부가 되어 인도에서 나름의 신앙을 실천하고 있는 오쓰를 찾는 일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그 외에도, 과거 일본과 미얀마의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우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기구치도 있고, 평생을 동화작가로 살아와서 유난히 동물에 대해 애착이 있는  누마다, 남들이 흉내 내지 못할 자신만의 사진을 담고 싶어 굳이 신혼 여행지로 인도를 선택한 산조 등이 있다.


일본인 일행이 인도를 여행한 행선지 중에는 힌두교 성지로 불리는 '바라나시'가 포함되어 있다. 갠지스 강은 비록 불결하기 짝이 없는 물이지만 그 물에서 빨래도 하고, 먹기도 할 만큼 인도인들에게 있어 성스러운 강으로 여겨진다. 그런 까닭에 인도 사람들은 죽기 전에 꼭 갠지스 강으로 가기를 소망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 갠지스 강을 '깊은 강'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서양 종교에 대한 일본인의 시각을 말하고 있다. 신부가 된 오쓰가 신학교와 동료 신부들에게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를 일본인의 종교관 때문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번에도 일본인의 만신 사상이 서양 종교인 기독교를 제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오쓰의 경우를 통해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오쓰의 신앙심은 비뚤어지거나 거짓된 것일까?


오쓰가 다른 나라도 아닌 힌두교의 나라 인도에서 불가촉천민들을 위해 시신을 나르는 험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가 힌두교로 개종한 것도 아니고 여전히 기독교의 신을 믿고 있으면서 스스로 힘든 일을 자처하는 모습은 어쩌면 그가 믿는 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신앙인의 모습은 아닐까? 그를 찾아온 미쓰코에게도 이런 의문이 생기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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