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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윤 Nov 11. 2023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1日)


내게 커다란 잔상을 남기는 광경은 모두 예고 없이 나타다.



숙소 가는 길. 관광객 하나 없이 현지인들로만 줄이 긴 가게를 보았다. 그곳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려 밥을 먹었다. 엇을 파는지도 몰랐네.

스미마셍, 이곳은 무엇을 팝니까? 앞사람에게 파파고를 보여주었다. 츠케멘입니다.

차갑게 먹습니까? 뜨겁게 먹습니까? 당신은 어떻게 먹을 겁니까? 그럼 나도 뜨겁게 먹을 거다.

친절한 앞사람은 키오스크 주문도 잇쇼니 함께해 주었다. 동생은 언니~ 돈! 하고 외쳤다.

그는 우리에게 즐거운 여행을 빌어주었다.


배정받은 방의 뷰는 회색 벽이었 비둘기 친구가 구구구 거리고 있었다. 감옥인가.

마치 패트릭 서스카인드(Patrick Suskind 실은 파트리크 쥐스킨트ㅋ) <비둘기>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밖의 소음보다 구구구 소리가 더 컸다.

하이 데얼이즈 피죤.

피죤 벌드.

사운드 구구구 쏘 노이지.

아이 원트 룸 도쿄타워뷰.


얘기는 잘 통였다.



밤의 시부야를 걸었다.

존나 슈퍼 스트롱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먹고 싶어!!!!! 절규하는 한국인을 보았다.


시부야를 걷고 신주쿠를 걸었다.

도쿄도청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저 건물이 설마 도청일까. 관공서는 자고로 검소해야지.

아니었다. 철골에 붉은빛을 쐬면 굉장히 위협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로테스크함과 그 위압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가는 길 아무도 없어 과연 이곳이 맞나 싶었지만 45층 전망대에 올라가니 모두가 모여있었다. 이런 전망을 무료로 제공하다니. 대단하면서도 이렇게 도쿄의 위엄을 전 세계에 알리는 거겠지. 새삼 도쿄도지사가 부러워졌다.


늦은 저녁으로 야끼니꾸를 먹었다. 소스를 아껴먹고 있었는데 치워버렸다. 옆에 커플은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었고 맞은편 바에서는 속옷 차림의 여인이 폴 댄스를 추고 있었다.


우리 앞으로 춤을 추며 걷는 여자 둘 신나게 브이를 그리며 걸어가다 우리가 한 시간 넘게 기다린 그 가게로 너무나 쉽게 쏙 들어가 버렸다.



도쿄타워 12시에 불이 꺼진다.

그럼에도 도쿄의 밤은 빼곡히 빛나고 있었다.




최고의 음식 : 도착해서 마신 코카콜라

이날의 걸음 : 26,184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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