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ck & Talk] 맹그로브 신촌 308호 서재용, 이현, 최낙현
Mangrove Sinchon Trio Room
맹그로브 신촌에는 특별한 방이 있습니다. 바로 트리오룸인데요.
말 그대로 세 명이 함께 사는 룸 타입입니다. 세 명이서 각자 침실을 하나씩 갖고, 하나의 주방과 욕실을 쉐어하는 형태죠. 룸메이트 세 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코리빙 라이프는 어떤 모습일까요?
새로운 다짐과 설렘이 가득한 1월, 사이 좋은 세 친구가 살고 있는 308호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Q. 안녕하세요, 세 분 모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최낙현: 저는 최낙현입니다! 문화 콘텐츠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에요. 졸업 후에는 공연 기획 일을 하고 싶어요. 예술, 특히 음악 분야를 좋아해서 음악 예술을 중점으로 공부하고 있고요. R&B 장르를 가장 좋아합니다.
서재용: 안녕하세요, 서재용입니다. 308호 삼 형제 중 둘째를 맡고 있어요. 현이 형과 낙현이와 함께 러닝하러 나가기, 사진 찍기와 글쓰기를 좋아해요. 스타트업 개발자로 일하다가, 지금은 사업 개발 일을 하고 있어요.
이현: 안녕하세요. 설비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이현이라고 합니다. 맹그로브 신촌에서 10개월째 살고 있어요. 취미는 다양한데요. 책 읽고 글 쓰기를 좋아하고, 어떤 분야에 깊게 파고들어 공부하길 좋아해요.
Q. 가벼운 질문부터 시작할게요. 맹그로브에서 보내는 일상 중에서 어떤 순간을 가장 좋아하세요?
이현: 잠에서 깼을 때 커튼 사이로 햇빛이 비쳐오는 아침 8시, 그리고 어둑해진 방에서 램프 하나 켜놓고 책 읽기 좋은 저녁 8시를 좋아해요.
최낙현: 저는 운동하는 시간을 제일 좋아해요. 플렉스 룸에서 헬스하는 게 취미거든요.
서재용: 딱 한순간을 고르기가 어렵긴 한데요. 늦은 저녁, 방바닥에 앉아 수다 떠는 시간이 제겐 선물처럼 느껴져요. 각자 따로 생활하다가 집에서 만나면 반가움에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곤 합니다. 간단한 술도 함께요. (웃음)
Q. 세 분이 꽤 친해 보여요. 혹시 함께 살기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일까요?
이현&서재용&최낙현: 오 아니요. 이렇게 친해진 게 저희도 신기할 따름인데, 모두 여기서 처음 만난 사이에요.
Q. 그럼, 각자 어떤 이유로 맹그로브 신촌에 오신 걸까요?
이현: 연초에 회사 근처에서 살 곳을 알아보다가 이곳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코리빙 하우스라는 개념을 사실 이때 처음 접했죠. 투어 일정을 잡고 직접 공간을 둘러봤는데, 낯선 이들과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공간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단순하게 재밌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덜컥 계약서를 써버렸고요.
최낙현: 저도 현이 형이랑 비슷해요. 신촌에서 지낼 곳을 찾아보다가 코리빙 하우스라는 곳을 맹그로브 신촌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공용 공간을 잘 활용한다면 생활 식사, 운동, 공부 같은 여러 가지 활동을 집에서도 다채롭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입주를 결정했습니다.
서재용: 저는 자유롭고 싶어서 이곳을 선택했어요. 전에는 전셋집에 살았는데요. 새집을 찾을 당시 전세 사기 뉴스도 워낙 많이 나왔고 대출도 부담스러웠어요. 저를 붙잡아두는 이런 족쇄에서 벗어나 좀 더 재밌고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어서 맹그로브 신촌을 선택했어요.
이곳에 살면서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더 자유로운 사람이 된 건 확실합니다. 후회하지 않아요.
Q. 신촌이라는 동네는 마음에 드세요?
이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곳이에요.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거친 느낌을 중화시키는 게 바로 ‘경의선 숲길’ 같아요. 공덕역 방향으로 쭉 걷다 보면 맛집도 많고, 초록이 주는 안락함이 있죠.
서재용: 저도 경의선 숲길 생활을 즐겨요. 길을 따라 회사까지 매일 걸어서 출퇴근을 하고요. 요즘 숲길에 즐비한 카페와 술집들을 하나하나 탐험하고 있어요. 최근에 간 곳 중에는 ‘홍대 섬’이라는 술집이 기억에 남네요. 한창 옛날 노래에 빠져있는데, 마침 이상은의 ‘비밀의 화원’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더라고요.
최낙현: 21살 때 처음 신촌에서 하숙 생활을 시작해서 그런지 전 이 동네가 익숙해요. 대학가인 만큼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다양하고, 학생들이 많이 살아서 물가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고요. 홍대도 가까워 볼거리도 많아요. 교통이 편리한 게 가장 큰 장점이네요. 저도 경의선 숲길 걷기를 제일 좋아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강아지, 고양이가 많거든요. (웃음)
Q. 맹그로브 신촌에는 다른 멤버들과 함께 사용하는 공용 공간이 모두 아홉 개가 있어요. 여럿이 모여 교류할 수 있는 거실과 주방 같은 공간도 있는 반면, 서재나 오피스처럼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죠. 주로 어느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시나요?
이현: 작년 한 해를 돌이켜보면, 커리어를 잘 쌓고 싶은 욕심이 많았던 시기라 공부를 많이 했어요. 자연스레 15층 ‘멤버스 라운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죠. 공교롭게도 15층 창밖으로 제가 다니는 회사가 내려다보여요. 멀리는 금융의 중심지 여의도도 보이죠. 공부하다가 창밖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던 것 같아요.
서재용 : 저는 11층 ‘소셜 키친’이요. 제겐 가장 따뜻한 공간이에요.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인데 낙현이가 키친에서 제육볶음을 해준 적이 있었어요. 이곳에서 제 생일을 맞이하기도,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를 벌여보기도 했죠. 한적한 주말 아침에 현이 형과 짜파게티를 해 먹었던 추억도 있고요.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마치 가족처럼 느끼게 하는 공간이에요.
최낙현 :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16층 ‘플렉스 룸’이에요. 건물 꼭대기에 자리해 있다보니 런닝 머신을 뛰고 있으면, 창 밖으로 상쾌한 시티뷰가 훤히 내려다 보여요. 미리 예약해야 사용할 수 있어 북적이지 않고 쾌적하게 운동할 수 있고요. 달리면서 혼자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좋아요. 솔직히 맹그로브 신촌에 사는 그 누구보다 제가 플렉스 룸을 제일 자주 사용하고 있다고 자신해요.
Q. 지금 살고 계신 308호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처음 트리오룸에 살기로 마음먹었을 때, 걱정되는 부분은 혹시 없었나요?
서재용: ‘외국인이 살고 있으면? 룸메이트가 지저분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이 안 들었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럴 때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요인은 걱정하지 말자’라며 스스로를 다독였어요. 사실 남들과 함께 지내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애초에 트리오룸을 선택할 리 없다는, 저만의 가설도 세웠었답니다. 그런 사람이면 이미 중도 퇴실을 했을 거라고요. 지금은 걱정이 무색하게 정말 좋은 사람들을 이곳에서 만났어요.
저는 트리오룸에 살아봐야 맹그로브 신촌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현: 저보다도 주변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어요. 아무래도 낯선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게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까요. 트리오룸에서는 주방과 화장실을 함께 사용해야 하니까, 1인실에 비해 시설 같은 부분이 2%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요.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1인실보다도 맹그로브의 이점을 더 누릴 수 있는 방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불편함을 보완하려 룸메이트들과 머리를 맞대던 순간이 또 재미이기도 했거든요.
최낙현: 저도 처음에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았죠. 두 형들과 함께 살아보면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작은 규칙들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서로 배려하는 모습들이 쌓이니, 앞으로 함께 살아갈 룸메이트 생활이 또 기대가 되더라고요.
Q. 둘이 아닌 셋이 사는 경험은 또 다를 것 같아요.
서재용: 셋이라서 힘든 순간도, 좋은 순간도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둘만 살았다면 서로 의견이 대립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기 쉬웠을 것 같아요. 저희는 셋이 함께 청소하고, 밥을 먹고, 의견을 나눠요. 누군가 자기 몫의 집안일을 미룬다면 그날 하루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이해하려고 하고. 반대로 내 빨래를 대신 널어줬거나, 쓰레기를 비워줬다면 꼭 고맙다는 표현을 하려 노력하고요.
대신 셋이라면, 한 명이 제삼자의 시선으로 중재 해줄 수 있죠.
서로 소통하는 속도는 조금 느릴지 몰라도 더 건강한 방법이라 생각해요.
이현: 정말 달라요. 가끔 셋 중 한 명이 집을 오래 비울 때가 있는데, 공간이 갑자기 넓어진 기분이 들어요. (웃음) 또 저희는 서로 프라이버시는 최대한 지켜주려 하는 편이라 큰 트러블은 없는데요. 함께 지내면서 308호만의 크고 작은 생활 규칙들을 하나둘 세워나갔던 것 같아요.
Q. 어떤 규칙이 있는지, 예시를 들어줄 수 있나요?
최낙현: 예를 들면, 신발은 한 사람 당 두 켤레까지만 둘 수 있다는 규칙이 있어요. 저흰 세 명이니까 두 켤레씩만 둬도 모두 여섯 켤레잖아요. 가벼운 슬리퍼 하나, 외출용 신발 하나 이렇게 두 켤레씩 꺼내 두기로 했어요.
이현: 맞아요. 셋이 쓰기엔 현관이 살짝 좁을 수 있으니까요. 신발을 많이 가진 친구도 있을 거고 상대적으로 적게 가진 친구도 있을 텐데, 공간을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합의한 거죠.
Q. 셋이 살아서 다행이다 싶었던 적도 있었나요?
서재용: 2년 전에 처음 서울로 이사 왔어요. 처음으로 혼자 자취를 시작했죠. 그땐 몰랐는데 많이 외로웠던 것 같아요. 맹그로브 신촌으로 이사 오고 나서, 퇴근하고 집에 와서 듣는 오늘도 고생 많았다는 인사가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질 줄 몰랐거든요. 힘든 하루를 보낸 날이면 제 방에 있는 주황색 쿠션에 널브러져 있길 좋아해요. 그때마다 낙현이가 한마디씩 토닥이는 말을 걸어주곤 하죠.
이 시기를 혼자가 아니라 셋이 함께 보내고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가족처럼요.
Q.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여러분에게 이상적인 집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최낙현: 제게 이상적인 집이란 내 몸과 마음이 편한 곳이에요. 특히 편안한 사람과 함께 쉴 수 있는 곳이어야만 해요.
이현: ‘온기가 있는 따뜻한 집’이요. 예전엔 오차 없이 크고 외형이 아름다운 집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맹그로브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베풀 줄 아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죠. 내가 그동안 마음의 온도가 낮은 채로 살아왔구나, 싶기도 했고요. 이제는 집의 형태나 외관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떤 형태가 되었든, 그곳에서 ‘함께 사는 서로에게 어떤 마음의 온도를 전해주느냐’가 집을 정의하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서재용: 저는 집이란 ‘가장 나답게 숨 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밖에서는 사회인으로서 역할과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잖아요. 집에서는 그 의무를 내려놓고 가장 편안히 지낼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그럼 “왜 트리오룸에 살아?”라며 의아해하실 수도 있는데요. 처음 308호에 이사 왔을 때 둘에게 “처음 한 달은 서로 배려하는 마음보다는, 스스로 편안한 마음으로 막 살아봐요.”라고 말했어요. 서로가 어떤 상황에서 편안해하는지 알고, 불필요하게 과한 마음을 써가며 배려하지는 말자고요.
저는 집에서 노래를 항상 틀어놓아요. 낙현이는 아예 노래를 부르고요. 현이 형도 이걸 신경 쓰지 않아요. 항상 긴장하면서 서로를 의식해야 하는 곳이 집이라면 너무 힘들 것 같지 않나요. 앞으로도 혼자 살든, 셋이 살든, 제게 집은 이렇게 나다운 모습으로 숨 쉴 수 있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글 | 박준하, 임정연
사진 | 이석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