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에 스쳐가는 생각들
한동안 먹고사는 그림에 치여서 드로잉을 마음 편히 하지 못했다.
마음이 여유가 있을 때 그 벅차오르는 그 풍경의 순간을 그리게 되는데 시간에 쫓기는 마음으로는
내가 원하는 그 '찰나'를 남기고 싶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림에 대한 고민이 많기도 하다. 내가 내 그림으로 인정을 받고 수익을 창출하고 사람들에게 너무 좋아요~~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면 아마도 그런 고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나를 위한 유희와 같은 그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 작은 노트의 그림일지라도 적잖이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에 내가 애정을 담는 이 그림들이 나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들고 이 작은 그림을 그리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들이 계속된다.
어찌 보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큰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담고 싶었던 그 순간. 그 순간을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러운 마음이 여러 생각들을 만들어 내는 것도 한 부분 있다.
작년 한 해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해야 할 일과 나에게 닥쳐있는 앞의 일들을 어떻게든 정리하고 헤쳐나가기 위해 작년 한 해를 다 써버렸다. 그리고 올해는 작년에 끝내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정리해나가고 있다. 급한 일들부터 하나씩.
그러는 사이 나는 꽤 오랜 시간 여유도 없이 그냥 하루하루빨리 이걸 해야하고 저걸 마무리해야 하는데 이런 조급한 생각들로 머리가 꽉 차있었다.
그냥 할 뿐이다.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그래서 가끔의 내가 엮은 주말의 공원을 보면서도 그 순간의 시간은 멀게만 느껴졌고, 다시 이렇게 즐거움 만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런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적잖이 위로를 받는다는 사실을...
나는 그 시간들로 내가 사진 찍어온 그 순간 속으로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그림을 그리며 그 순간의 고요함을 느끼고 햇빛을 느끼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느꼈다. 그리고 그곳의 소음들, 자동차소리, 풍경의 백색소음들도 느꼈다. 나는 그 순간 그곳에 있었다. 그렇게 그림 그리는 행위는 다시 나의 삶에 그 순간을 들여다 놓는 행위였고 그 한 조각조각이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어둡고 칙칙해져 있는 나를 탈탈 털어 햇빛에 말려주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부재로 인해 그 순간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았다. 내가 늘 당위성을 찾았던 그 행위는 나에게 그만큼이나 큰 가치를 주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고민에서 끝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세상 속에서 내 그림의 매력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내가 내 그림의 매력을 어디서 발견할 것인지, 또한 이것으로 세상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수많은 생각이 쏟아져내린다.
하지만 나는 이제 내가 그 순간에 머무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머무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여러 가지 가치를 매기고 쓸모를 증명하고 싶어 하는 내 안의 마음은 한구석으로 밀어 넣고 그래도 이 순간 이 즐거움을 맛보아도 된다고 설득하는 힘이 생겼다. 나는 그저 내 그림의 팬이 되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