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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ntasmo Jul 05. 2023

그림 에세이를 만들어 본다면

감정의 추적


오늘 어떤 작업을 위한 계약을 앞두고 약간의 의견차이로 인해

잠정적으로 서로 고려를 해보기로 한 일이 있었다.


뭐 어그러진 것이긴 하지만 내가 원한 것은 에세이형식이었고 그 출판사 대표님은 그림책으로 풀기를 원했다.

독립출판한 '주말의 공원' 작업을 보고 의뢰 들어왔는데 원하는 그림체와 방향은 있으나 그렇게 풀기엔 에너지가 너무 많이 필요했고, 지금 그 감정으로 작업했던 건 에세이가 맞는 것 같아서 내가 고집을 부린 것이기도 하다. 그 출판사도 에세이 라인이 있으나 음식에세이로만 잡아서 이건 결이 맞지 않아서 안 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서로 가벼운 마음으로 인사를 했다.


나 또한 그림책으로 풀기엔 나 스스로가 벅차서 그냥 버티다 버티다 이야기한 거라 말하길 잘했다는 마음과 속 시원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 사이 매력적인 그림 에세이가 무얼까 생각을 많이 하면서도 내가 '주말의 공원'을 독립출판하면서 내가 고민했던 지점들, 내가 그렸던 풍경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 돌아보니 나는 내 안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여러 가지 감정과 고민이 있는데, 우선은 내가 크게 돈을 벌지 못하는 그림을 계속 그려야 할까? 이 질문을 제일 많이 던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여러 가지 질문으로 변주하며 던졌다. 왜 그림을 그리는가? 왜 이 순간 그림을 그리는가? 약간의 수식어만 바뀔 뿐 왜 그림을 그리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그렇다면 왜 그림을 그리면 안 되는가? 이렇게 질문을 돌릴 수도 있다.

이렇게 질문을 바꾸니 약간 슬퍼진다.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상황이 상상되면서 슬픈 감정이 느껴진다. 내가 상황에 따라 먹고살기 바빠서 못 그리는 걸 떠올려서 그럴 것이다. 역시나 사랑은 부재로 더욱더 견고하게 깨닫게 된다.


'주말의 공원'은 나의 일기장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이고, 나의 시선과 나의 찰나의 감정, 느낌, 분위기를 담고 싶었던 그림과 글을 모은 것이었다. 왜 그림을 그려야 하지? 그리는 순간 나는 이런 고민을 해. 이런 질문의 답을 찾아서 글을 나열하고 결론은 잘은 모르지만 '그린다'로 끝맺음을 냈던 짧은 책이다. 그래서 화자가 오로지 그림을 그린 이로만 생각이 안 든다. 보는 사람, 그리고 그 보았던 것을 그린이. 그 시선을 벗어나질 못하겠다.


그 맥락에서 내가 만약 이 주제로 더 엮어서 출판의뢰를 넣는다면? 질문을 던지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일단 쌓아놓은 글이 많아야 하고, 내가 더 그림을 많이 그려야 한다. 곳간에 재료들을 많이 쌓아야 한다. 그리고 일단 내가 말하고 있는 이 주제가 과연 사람들에게 어떤 지점이 흥미롭게 다가갈지 고민해봐야 한다. 이 부분이 어려운 일이다. 치열한 삶 사이사이에 이런 고민의 글을 읽을까? 공감이 과연 될까? 이런 의구심이 든다. 의구심이라고 하지만 일단 진심으로 자신감이 없다는 나의 솔직한 마음도 있다.


그림이 매력적이어야 하고 내 짧은 글이 누군가에게 울림이 있게 다가갈지도 불안하다. 하지만 내 그림의 팬이 되어주기로 한 이상. 이런 의심은 한편으로 밀어 두고 그래도 내가 잘하는 것을 뾰족하게 다듬기로 결심했으니 조금 더 나에게 기회를 주고 힘을 내어보기로 한다. 일단은 나를 믿어보는 것. 내가 스스로에게 그 길을 가도록 응원해 준 것.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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