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별에 가닿고 싶었어
나는 오랜 기간 우주를 생각하며 다른 별들을 그리워하고 있었지.
아마도 지구에서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일 거야.
우주 어딘가에는 영혼의 단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흔히들 말하는 소울메이트가 그 어딘가에는 있을 거라고 믿었어. 아마도 영화 'ET'를 보며 그런 다짐을 했을지도 몰라.
영화 속에서 나오는 찌릿하고 깊이 연결되는 소울메이트는 쉽게 만날 수 없었지. 그래도 늘 어딘가에는 있을 거야 되뇌었어.
난 지구에 도착했는데 모두 외롭고 모두 깊은 우물을 안고 있었어. 나의 우물은 가까운 가족에게도 외면당하는 기분이었고, 누군가가 들여다봐주길 기다렸어. 그리고 소리쳐주길 바랐어.
"잘 있었니?"
그럼 나는 어떤 대답을 할 거야.
"아니, 너무 아파."라든가, "너를 계속 기다렸어."라든가.
하지만 그런 친구는 오지 않았어. 그런 친구가 온 것 같았어도 그도 자신의 우물을 들여다보느라 나의 우물에는 관심도 없었고 들여다본다 해도 무서워 서둘러 떠나곤 했지. 그렇게 번번이 영혼의 단짝을 찾는 것에 실패했지.
그렇게 어른이 되었고 어느 순간 나를 마주했어. 깊은 우물을 갖은 내가 부끄러웠지. 그래서 그 우물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그 우물을 한 번씩 내려가보기로 했지. 내 용기가 허락한 만큼. 내 우물을 들여다보았어. 그곳에는 많은 것들이 있었어. 아픈 어린 내가 있었고, 쓰레기도 있었고, 못다 접은 종이학들도 있었지. 찬찬히 살펴보니 그것들을 보살피고 싶었어. 내가 아니면 아무도 그 우물을 들여다보지 않을 테니깐...
내 마음은 점점 우주의 단짝친구를 기다리지 않았지. 그저 나의 친구가 되어주기로 했어. 우물을 향해 누군가가 외쳐주길 원한다면 내가 노래를 불러주기로 했어. 혼자 노래를 만들기로 했어. 그렇게 나의 우물에 익숙해져 갔어.
오늘은 어떤 이들을 만났어. 만화와 영화를 좋아하고 밈을 좋아하고 덕질을 부끄럽지 않게 말하는 이들. 취향이 비슷한 이들. 마음이 조금은 고향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그래서 신이 나서 말도 안 되는 드립으로 대화에 열을 올렸지.
조금은 내가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 깊은 우물을 이해해 주는 이들. 자책하고 후회하다가도 그 우물에서 이야기를 긷어내 작업을 하는 이들. 결국 우리는 그렇게 미완성으로 이 지구에서 하루를 더 반짝이게 살다가 또 각자 뿔뿔이 흩어지겠지. 그리고 우리는 기억할 거야. 그 중국집에서 만화의 신에 대해 드립을 치던 그때를 '돈룩업'의 미래가 낫냐,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의 미래가 낫냐며 열을 올리며 대화를 하던 그때를 말이야. 결국은 이 지구에서의 삶도 끝이 나고 누가 누구의 삶의 길잡이가 될 것도 없이 각자 스스로의 길을 더듬으며 떠나게 될 거야. 그때 우린 조금은 그리워할 거야. 어리석어도 우린 떠들었고 웃었고 그저 서로의 우주에 가닿고 싶어 했었다는 걸 기억하며 말이야.
오늘은 피곤했지만 그냥 우주를 떠돌아다니다 지쳤던 마음은 저편에 미뤄두고 그래도 들떠서 신나 했던 하루였어. 마음은 서로의 별에 잠시 여행했던 그런 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