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열에 관해 물어봤는데, 우리 집이 그렇게 지어졌군요. 전문적인 지식을 잘 모르고 집을 지었어요. 알려해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짓고 나니 이제야 질문이 생겼습니다. 얼떨결에 직영건축을 선택해서 지었습니다. 사실, 직영건축은 건축주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선택입니다. 저는 어렵지 않게 지었지만, 그래도 빌더로써 직영건축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듣고 싶어요.
집을 지을 때 상대적으로 건축주님이 시간에 덜 쫓긴다고 생각됩니다. 일하는 입장에서도 건축주가 매주 저희 임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라 어쩌면, 일할 때 신경과 애정을 더 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과 노동가치에 대한 존중이 일을 꼼꼼히 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공통 목적이 있습니다. 빌더 한 분 한 분들이 자신이 지은 집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합니다. 그만큼 허투루 짓지 않고, 좋은 집을 짓고 싶다는 마음이 뭉쳐서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도급 방식은 일의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직영건축과 다르다고 생각이 들어요.
● 사실 처음 집을 짓는 거였지만, 좋았던 점 중 하나가 자부심이 모두 상당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럼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하게 건축주가 판단해야 하는 것이 어떤 건가요?
집을 짓는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단계는 골조 둘째는 외장 그리고 세 번째 단계는 내장입니다.
단계별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골조입니다. 골조를 세 단계로 나눈다면, 1) 바로 기초 바닥의 레벨 2) 물의 흐름을 끊어 주는 것 3) 벤트 공간 확보라 생각합니다.
레벨이 잘 맞아야 하는 이유는 집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짓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집을 짓다 보면 기초부터 시작해 벽체가 올라가고, 2층 바닥 장선이 올라가고, 2층이 세워지고, 2층 천장 장선이 올라가는 순서로 집을 짓게 됩니다. 그다음 마루랑 서까래까지 이 일련의 과정이 다 하나하나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 레벨을 그때그때 잡지 않으면 오차가 누적됩니다. 이렇게 해서 지붕에서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잘 맞춰가도 결국 지붕에서는 틀어지는 부분이 나옵니다.
그래서 기초 레벨(수평)이 처음부터 중요합니다.
다른 기초팀이 작업한 곳에서 집을 지었는데, 기초의 레벨이 40mm 이상 차이가 나서 벽체가 세워질 부분의 면을 갈아내고 깎아서 레벨을 맞추는 데 이틀 이상의 시간이 걸린 적도 있었습니다. 일을 잘하는 기초팀을 만나는 것이 행운입니다. 다행히 우리와 함께하는 기초팀은 일을 아주 잘하시는 편이지만요...
두 번째는물 끊기
물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춰 작업해야 합니다. 그래야 물이 고이지 않지요. 물 끊기의 핵심은 물이 고이지 않게 하고 안으로 흘러갈 틈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벤트는 집 외부를 둘러쌓는 공기 순환 통로
벤트를 타고 공기가 끊임없이 순환하며 집을 열과 습기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집 컨디션에 영향을 크게 끼치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내부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어떻게 마무리하는지에 따라 집이 매우 달라집니다. 사소한 점 같지만 일하다 보면 놓치는 경우도 많고,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항상 제 손을 떠난 이후를 생각하면서 마감하게 됩니다. 마감 후 다른 사람들 즉, 인테리어를 위한 마루, 가구를 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면서 작업을 합니다.
디자인적으로 괜찮을지까지 고민하다 보면 항상 신중하고 꼼꼼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최선을 다합니다. 직영건축의 주요한 요소 중 하나는 처음 기초 레벨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같은 사람이 시공하기 때문에 그만큼 놓치고 가는 부분이 적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팀 자랑이지만, 그런 점이 다른 팀들보다 우수한 부분 아닐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