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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Jan 07. 2024

치밀한 죽음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



우주에게 말해 보겠어. 그곳은 나의 세포가 존재하거든. 밤을 새워 세포 하나하나 숨통을 조이는 거야. 검은 시간이 존재하는 곳으로 보내기 위해. 결코 사라진 것을 찾지 못하게. 말이 필요 없이. 아주 슬프거든, 그런데 슬픔조차 아무도 모르는 거지. 혼자서 존재했던 세상으로 남겨지고, 허공에서 맴돌고 있을 뿐, 말이 무서워서 상처를 껴안고 도망치는 거지. 숨을 거두는 순간을 위해 결코 알려지면 안 돼. 알 몸을 위해 목욕하고, 가장 화려한 속옷으로 감출 것만 감추지. 비싸, 아주 비싼 브랜드로 그렇게 걸치고 나면 한순간 성적욕망이 피를 멈추게 한다는 것에 잠시 흔들리지만, 자위라도 해 보기 위해 안간힘을 써. 세포가 이미 죽어가고 있어서 흥분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 우주는 나를 살리지 않아. 방관하지. 사방이 막혀, 그곳에서 결코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거야. 세포들이 우주를 향해 떠나기 시작했어, 살았던 시간과 공간에게 미안한 생각이 잠시 들었어. 존재하지 않았는데, 존재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아마, 사랑했던 사람들이 있었을까? 지금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까? 아, 사치야. 이 길만이 해방이지. 고통의 외로움에서 견딜 수 있는 것이 지금이지. 그런데,


이상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 살고 싶다.가 불쑥 올라오고 있어. 안돼, 이미 늦었는데 우주로 가는 시간인데 늦었어. 돌이킬 수 없지. 아, 그렇지만 돌아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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