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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Jun 12. 2024

오래 전 안부

몇 년 전 고독사로 떠난 선배에게

 

눈을 뜨니 고독한 쪽방,

세상은 시끌벅적한 곳,

 

부산 진구 가야에 살았습니다.

1987년 그때부터 살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허름한 삶

정규직이 아니 비정규직 노동자하루 벌어

하루 사는 그는 아직 결혼도 못 했습니다.

 

퇴근 후돌아와 누울 곳 쪽방

모두 곁을 떠났습니다

 

그날도 평상시와 다름없는 일상의 마무리로

소주 한 병신김치 한 접시참치 캔 하나로 파티를 하던 

나의 노동자는

오래된 양은 밥상에 꼬꾸라졌습니다.

 

혹시여기 교회를 다녔습니까?”

 

무연고자입니다.

 

그의 곁을 떠났던 목사님에게 온 마지막 연락이었습니다.

 

저 세상 가는 길도 외로던, 

이승을 떠나고 싶어도 장례비용이 없었다는 소식만 

들려왔습니다.


세상이 바뀌었지만, 그의 시간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함께 했던 동지들은 

하나 둘 기득권 세상으로 빨려갔지만

그의 시간은

어디로 가지 못한 채 갇혀 버렸습니다.

일용직 노동자였습니다세상이 바뀌면 삶이 

달라질 줄 알았습니다


부산역범내골서면초량 어디든 달려갔던 노동자,

민주주의를 위해 기꺼이 조국을 사랑했던,

젊은 선배가 중년의 소년으로 죽었습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겨울 햇살이 내 눈을 부시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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