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안부
몇 년 전 고독사로 떠난 선배에게
눈을 뜨니 고독한 쪽방,
세상은 시끌벅적한 곳,
부산 진구 가야에 살았습니다.
1987년 그때부터 살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허름한 삶,
정규직이 아니 비정규직 노동자,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그는 아직 결혼도 못 했습니다.
퇴근 후, 돌아와 누울 곳 쪽방
모두 곁을 떠났습니다.
그날도 평상시와 다름없는 일상의 마무리로
소주 한 병, 신김치 한 접시, 참치 캔 하나로 파티를 하던
나의 노동자는,
오래된 양은 밥상에 꼬꾸라졌습니다.
“혹시, 여기 교회를 다녔습니까?”
무연고자입니다.
그의 곁을 떠났던 목사님에게 온 마지막 연락이었습니다.
저 세상 가는 길도 외로웠던,
이승을 떠나고 싶어도 장례비용이 없었다는 소식만
들려왔습니다.
세상이 바뀌었지만, 그의 시간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함께 했던 동지들은
하나 둘 기득권 세상으로 빨려갔지만
그의 시간은
어디로 가지 못한 채 갇혀 버렸습니다.
일용직 노동자였습니다. 세상이 바뀌면 삶이
달라질 줄 알았습니다.
부산역, 범내골, 서면, 초량 어디든 달려갔던 노동자,
민주주의를 위해 기꺼이 조국을 사랑했던,
젊은 선배가 중년의 소년으로 죽었습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겨울 햇살이 내 눈을 부시게 합니다.